외국인과 투신 등 기관의 대량 매수에 힘입어 주가가 급락세를 벗어났으나
이들의 매매종목이 극명하게 엇갈려 투자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지난 6,7일의 주가 반등국면에서 외국인이 파는 종목은 기관이 사고 반대로
기관이 파는 종목은 외국인이 샀다.

실례로 지난 7일 외국인은 삼성물산 1백45만주를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투자가들은 이 종목을 90만주 순매도했다.

또 한국합섬은 외국인이 70만주를 사들인데 비해 기관은 1백35만주를 팔았다

외환은행과 대한항공 한진중공업 등 한진그룹주에서도 똑같은 양상이
나타났다.

외국인을 따라가는게 유리할까, 아니면 기관투자가를 쫓아가는데 좋을까.

전문가들은 자신의 투자성향과 투자기간에 따라 방향을 정하는게 바람직
하다고 설명한다.

또 기관들이 최근 단기매매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덧붙였다.

장기투자할 예정이면 외국인의 매매동향을 참고로 하고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기관의 매매종목을 주목하라는 얘기다.

<> 외국인들의 주요 매매종목 =구조조정문제로 입지가 크게 좁아진 투신사를
대신해 외국인이 장의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 순매도종목을 놓치지 않고 파악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순매수 1위종목은 역시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싯가총액 1위 종목이어서 종합주가지수의 상승과 하락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종목이다.

순매수 규모는 무려 4백61억원에 달했다.

지난 1일부터 순매수했다.

4,5일 주가가 이틀연속 폭락했는데도 순매수한 것이다.

한발 앞서 저가매수에 나선 셈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한국을 대표하는 주식이어서
반등시에 가장 먼저 상승탄력을 받는다는 점을 겨냥한 것같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19만원대로 떨어지자 다시 매수했다.

삼성물산은 3백6억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30만주, 1백49만주로 나눠 사들였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도 순매수했다.

한진그룹 세무조사의 충격속에서도 대한항공은 순매수 8위에 올랐다.

실적호전을 들어 노무라증권과 ABN암로 아시아 증권은 매수추천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경영투명성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고 외국증권사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폭등락장세와 관계없이 중소형주인 금호전기를 꾸준히 사들인 것도 특징이다

지난달 10일부터 거의 매일 순매수했다.

6,7일에도 1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TFT-LCD용 형광램프등을 생산, 내년부터 실적히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47%에 불과했던 금호전기의 외국인지분율은 8일 현재 19.41%로 높아졌다.

대만지진 수혜주인 한국합섬도 눈에 띈다.

데이콤 SK텔레콤등 통신관련주도 샀다.

현대자동차 현대상선 삼보컴퓨터 삼성중공업등 올해 뚜렷한 실적호전이
기대되는 종목도 순매수에 포함됐다.

업황이 호전되고 있는 호남석유화학 한화석유화학도 순매수 상위종목에
올랐다.

반면 한전 현대전자 LG전자 삼성증권 현대반도체 코리아데이타시스템스
한미은행 한빛은행 삼성전관등은 집중적으로 순매도했다.

한전은 순매도종목 1위다.

규모는 2백1억원.

지속적인 매물공세의 연장선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주가가 4만7천원대에서 3만8천원대로 떨어져 다시 순매수에 나설 타이밍으로
여겨지고 있다.

<> 기관투자가 주요 매매종목 =기관들은 외국인과 엇갈리게 매매했다.

현대전자가 대표적이다.

외국인이 1백3억원어치를 순매도한데 비해 3백5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신한은행도 마찬가지다.

외국인은 순매도, 기관은 순매수였다.

대신 삼성전자1우는 순매수규모가 1백60억원이었다.

과다하게 보유한 삼성전자를 팔아 차익을 실현하고 우선주를 사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인쇄회로기판(PCB)업체인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도 순매수했다.

실적호전이 매수배경으로 꼽힌다.

순매도 상위종목에는 현대그룹주가 많이 포함됐다.

현대차 현대정공 현대산업개발 현대중공업 현대종합상사 현대상선을
팔아치웠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현대그룹과 관련된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진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이 현대자동차 현대상선 현대산업개발 현대건설을 순매수한 것과
반대되는 매매전략이다.

외국인은 이런 악재를 현대그룹주를 매수하는 좋은 기회로 삼았다.

외국인이 사고 기관이 내다 판 대한항공도 비슷한 맥락으로 파악된다.

기관이 역시 한진해운을 팔고 외국인이 한진중공업을 샀다는 점도 비슷하다.

한전은 외국인이나 기관에 "미운 오리새끼"였나보다.

기관도 24억원어치나 순매도했다.

< 김홍열 기자 come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