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에 대한 국세청의 강도높은 세무조사가 진행되자 회계법인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IMF 체제 이후 기업도산이 줄을 이어면서 속속 드러난 부실
감사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감사가 부실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이미지 회복이 어렵다
는 절박한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이 보광 한진 금호에 이어 대우그룹 등 기타
그룹으로 세무조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전해지면서 삼일 안진
안건 등 국내 대형회계법인인 "빅5"는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들은 30대 그룹계열사를 포함, 9백여개에 이르는 상장기업의 세무감사를
거의 독식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언제 어떤 문제가 불거질지, 어느 정도의 폭발력을
지닐지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안개속에서 지뢰밭을 걷는 심정(A회계법인 J회계사)"인 셈이다.

회계법인들은 이에따라 자체 정보팀을 가동,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어느
선까지 번질지 수소문하고 있다.

회계법인들은 또 문제가 일어날 소지를 줄이기 위해 현재 진행중인 감사를
더욱 엄격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B법인의 경우 최근 이같은 지침을 회계사들에 통보하고 향후 감사부실이
적발될 경우 문책의 수위도 높이기로 했다.

현재 국세청의 세무조사중인 C그룹의 감사기관인 D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를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회계법인의 경우 부실감사 사례로 지적된 기업담당 회계사들에게
완곡한 어조로 퇴사를 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회계법인의 관계자는 "그동안 수주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피감사인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해 감사가 수박 겉 핥기식으로 진행된 부문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속사(회계법인)는 엄격한 업무처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시장상황이 별로 변한 것이 없어 회계사 수난시대는 언제 끝이 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 김태철 기자 synerg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