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울다가
입김 서린 두 가슴을
창살에 낀다.

그슴츠레
구름이 파고 가는
눈물 자국은
어찌하여 질 새 없이
몰려드는가.

비가 오면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울다가
이슬 맺힌 두 가슴을
창살에 낀다.

송욱(1925~1980) 시집 ''하여지향''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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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 창이 빗물로 얼룩지는 모습을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운다로
파악한 점이 이 시의 포인트다.

첫 연의 "입김 서린 두 가슴"이 셋째 연에서 "이슬 맺힌 두 가슴"으로
대체된 점도 주의해 읽어야 한다.

이 시에서 무슨 큰 의미를 찾으려 한다면 헛수고.

작자의 탐미적 태도를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시가 매우 역동적인 것은 리듬의 효과적 활용 덕이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