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조율이 안돼 삐걱거리는 현상은 역대 어느 경제팀에서도 있어왔다.

경제팀간의 이견은 오히려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 경제팀은 불협화음의 정도가 지나치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경제정책조정회의가 열렸던 지난 8일 그런 모습이 또한번 연출됐다.

회의 직후 재경부는 "대우채권으로 인해 발생할 손실은 투신사 자체자금->
투신대주주->증권사 순으로 책임을 져야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날 투신.증권 사장단과 조찬간담회를 가진 금감원은 "대우채권의
손실분담비율은 투신사(투신운용사)와 증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시장참가자들은 물론이고 일선 취재기자들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금융당국이 손발을 못맞춘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11월 대란설의 와중에 채권싯가평가제 실시시기를 두고 재경부와
금감위가 서로 딴소리를 해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금감위는 유보가능성을 내비친 반면 재경부 입장은 반대였다.

이 문제는 결국 지난 3일 제2단계 금융시장안정대책 결정을 위해 열린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당초 계획대로 7월부터 시행하되 기존펀드는 만기가
돌아오는대로 청산한다"는 쪽으로 결정됐다.

처음 문제가 제기된 후 3주가 지나서였다.

대우사태와 투신사 문제 해결에 큰 영향을 주는 통화정책도 정책당국간
손발이 안맞는 부분이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시장안정을 위해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최근의 급속한 경기회복, 소비확대, 국제유가 상승 등을
들어 틈만 나면 통화긴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나온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세계
은행(IBRD) 연차총회에 참석중이던 전철환 한은총재가 통화긴축 가능성을
시사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그 결과는 안정대책의 약발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팀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볼셰비키 혁명의 주역 트로츠키가
남긴 말이 떠오른다.

그는 한 당원이 과오를 저지르자 "누구나 실수할 권리는 있다. 그런데
동무는 그 권리를 남용했다"고 경고했다.

이 말을 조금 바꿔 현 경제팀에 이런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경제팀도 서로 다른 의견을 발표할 권리는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 권리를
남용하고 있는 것같다"

< 임혁 경제부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