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이 높고 투명경영을 하는 기업인"

"매출액보다 순이익을 중시하는 기업"

미국 SSgA의 크리스토퍼 베일(41) 전무가 꼽은 투자 1순위 기업이다.

그는 한국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조성된 4개 기금중
하나인 아리랑구조조정기금의 총운용 책임자다.

SSgA는 5천5백억달러의 자산을 굴리는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자산운용회사.

최근엔 코리아벤처펀드(KVF)에 1천만달러를 출자하는 등 한국내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베일 전무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출자해 조성한 4개 기업구조조정기금중
가장 높은 수익률(6월말 기준으로 28%)을 나타내는 수완을 발휘했다.

수익률 2위를 기록한 기금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텔슨전자 등 24개 중소기업에 투자해 거둔 실적이다.

상장기업 코스닥기업 미등록기업이 각각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의 데스크 위에 올라온 투자 대상 기업은 줄잡아 3백여개.

"한국에선 중소기업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분석보고서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다"는 그는 "한국내 자문회사인 산업투자자문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산업투자자문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누비며 그는 경영권과 소유권이
분리됐는지, 경영인이 주주를 생각할 줄 아는 마인드를 가졌는지 등을
따졌다고 했다.

"자신 소유의 회사라 생각하고 경영하는 대주주가 있는 회사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베일 전무는 전 직장인 영국 머천트뱅크 클라인워트벤슨(독일 드레스드너
뱅크에 인수됨)에 있을 때인 지난 89년 홍콩지사에 근무하면서 아시아 자본
시장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그는 10여년간 한국 증시가 주가 1,000포인트 울타리를 넘지 못하는 이유는
대주주들이 소액주주를 배려하지 않은 탓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국 정부가 문제점을 솔직히 드러내고 고치려 노력하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영국 태생의 그는 지난 70년대 중반 IMF 체제에 들어갔던 영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대처정권에 한국의 현정권을 비유하며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아직 경기회복을 속단하기엔 이르다는게 그의 진단이다.

한국경제는 소비에 좌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불안한 상태를 극복하려면 재벌개혁 금융개혁 중소기업 육성 등을 지속해야
한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영국 엑스터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육군에 5년간 근무했던 베일
전무는 뱅커였던 부친의 영향을 받아 펀드매니저의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