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은 모처럼 안점감이 한층 더해지는 한 주였다.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이 금리인상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주중 내내 엔화 가치는 1백6~1백7엔, 유로화 가치는 1.06~1.07달러대에서
움직였다.

국제금리는 그동안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여겨졌던 국채가 투자가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면서 미국금리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됐다.

이번주에는 미국 일본 유럽의 중앙은행 총재와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동시에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그린스펀 미국 연준리 의장은 11일부터 개최되는 미국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해 "새 천년에 예상되는 미국 및 국제금융 현안"에 대해 세 차례 연설을
가질 예정이다.

하야비 일본은행 총재도 15일 월별 일본경제 보고서를 발표한 후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같은 날 뒤젠버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최근의 유로화와 유럽경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이보다 앞서 11일 프랑크푸르트에서는 캉드쉬 IMF 총재가 "세계화를 위한
국제금융정책"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특히 3대 중앙은행 총재가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관심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이 밝힌 어록을 종합해 보면 최근의 금융변수 움직임이 각국의
경제여건과 정책의도와 부합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별도로 시장개입의 필요성은 못느끼고 있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번주에는 헤지펀드를 비롯한 국제투기자본이 국제상품시장으로 계속해서
쏠리느냐도 관심이 되고 있다.

다행인 것은 지난주부터 국제유가와 금값이 조정국면을 보임에 따라 이번주
에는 금융변수의 움직임을 크게 흐트러 놓을 정도로 투기자본의 이동은
예상되지 않는다.

동시에 최근 들어 Y2K 문제에 대비할 목적으로 기업체들의 회사채 발행이
잇따르면서 회사채와 국채간의 금리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채를 매각하고 회사채를 매입하는 투자가들의 손놀림이 빨라
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인플레 요인이 잠복되어 있는 상황에서 재정흑자 규모가 커진다
하더라도 국채를 매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주에도 엔화 가치는 1백5~1백7엔, 유로화 가치는 1.05~1.07달러
대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리는 비록 속도는 다소 둔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기조적으로 상승추세
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시중은행의 외채상환용 외화수요에도 불구하고 1천2백원대에서 안정세
를 보인 원화 가치는 이번주에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참여자들이 외화
포지션을 적극적으로 변경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놓는 일련의 금융시장 안정책과 관련,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최근에 국제금리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국내금리와의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경제여건도 성장률이 두자릿수대에 이르고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이번주에 의도대로 금리가 안정됐다 하더라도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에는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대우사태, 투신사 구조조정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만 인위적으로 억눌러 놓을 경우 외국자금의 이탈과 금융시장 왜곡이라는
부작용만 커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 금융현안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잘 알고
있다지만 시장참여자들에 비해 시장을 읽고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뒤지는 감이 없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그렇게 중시하고 있는 시장의 신뢰를 어떻게 구할지
의문이다.

< 전문위원 sc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