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가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하면서 힘찬 반등세로 돌아섰다.

간판 주가 지표인 다우존스공업평균주가 지수가 지난 주말인 8일
10,649.76로 마감, 한 주일동안 3.67% 올랐다.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도 각각 5.47%와 4.15%의 견실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들 3대 지표가 이처럼 일제히 크게 오른 것은 지난 7월이후 처음이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8일 2,886.59를 기록, 사상 최고치인 2,887.06에 거의
육박하는 호조를 보였다.

이같은 주가상승세는 이번주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분간 증시를 짓누를 만한 악재가 나올 것 같지 않고 그동안 미국증시가
상당한 조정기를 거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주에 다우지수가 1만5백선을 다시 회복한 것은 향후 주가상승을
예고해준다.

"다우지수 1만5백선"은 주가상승과 하락기조의 분수령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침체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듯 싶던 미증시가 지난주에 기사회생한 요인으로
는 몇가지가 꼽힌다.

우선 미 연준리(FRB)가 금리를 올리지 않은 것이 주가상승의 견인차가 됐다.

FRB는 지난 5일 ''미국경제에 아직 인플레조짐이 가시화되지 않았다''며 금리
인상을 유보했다.

국제유가가 내림세로 돌아선 것도 주가상승을 이끈 주요인중 하나였다.

유가는 지난주에 3달어이상 급락, 인플레 우려를 약화시켰다.

주요 미기업들의 실적 호전 기대감도 주가상승에 상당히 기여했다.

최근 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S&P지수를 구성하는 5백대 기업들의 지난
3.4분기중 이익 신장률이 19.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95년 2.4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번주부터 3.4분기 실적 발표를 본격화할 기업들 가운데에는 인텔, 화이자,
메릴린치, 얼라이드 시그널 등 증시를 주도하는 대형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이와함께 8일 발표된 노동부의 고용관련 동향도 호재로 작용했다.

9월중 미국 실업률이 4.2%로 전월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8천명의 일자리가
순감한 것으로 발표된 것이다.

미국에서 월간 기준으로 일자리가 감소되기는 지난 96년 1월 이후 근 4년만
에 처음이다.

노동부 통계가 나오기 직전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9월중 20만명분 이상의
일자리가 순증했을 것으로 추정했었다.

실제 결과와 전문가들의 예상이 이처럼 엄청난 오차를 빚은 것은 9월중 미
동부지역을 강타했던 태풍 "플로이드" 탓이다.

며칠간 계속됐던 폭풍우로 인해 상당수 기업들이 조업에 차질을 빚음에 따라
최소한 5만8천명분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특수 요인을 감안하면 지난달에도 5만명분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다고
볼수는 있다.

노동부는 실제 일자리가 줄었음에도 근로자 임금은 상승했다고 발표, 월가
관계자들을 헷갈리게 했다.

총 근로자수가 줄어든 것은 물가불안 우려를 낮추는 요인이지만 근로자
임금이 증가한 것은 물가불안 우려를 높이는 요소다.

때문에 미국 증시의 완전한 부활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증시를 움직이는 양대 축은 금리와 개별 기업들의
실적"이라며 "그러나 이중 금리가 더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또 한가지 주목되는 움직임은 증시 주도주의 변화 조짐이다.

지금까지 증시를 주도했던 기술주 및 인터넷주 대신에 지난주부터 소비
의약 교통 등 "재래종목"의 대형주들이 약진하고 있다.

존슨 앤드 존슨, 머크 등 제약주들이 8일 하룻동안에만 5% 안팎씩 급등한
것을 비롯해 월마트등 유통주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