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계는 소지과세제 도입을 골자로 한 국세청의 "소주가수요 관리대책"
이 늦은 감은 있지만 적절한 카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주정생산량 확대, 강력한 단속 등 또 다른 조치들이 시중에
급속도로 확산된 사재기 심리를 잠재우는데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주업계는 정부가 소주세율을 대폭 인상키로 방침을 굳힌 지난 여름부터
사재기가 일어날 것을 내심 염려해 왔다.

인상 폭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데다 연말까지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어 중간
유통업자들이 일찍부터 사재기에 들어가지 않았을뿐 가수요가 불붙을 가능성
은 언제든지 충분히 있다고 본 것이다.

이와 함께 사재기로 비축된 소주들이 내년초부터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질
경우 판매에도 커다란 공백이 생겨 중소메이커들은 영업에 커다란 충격을
받을 것으로 걱정해 왔다.

소주메이커들은 이번 대책발표로 중간 유통업자들의 사재기가 어렵게
됐으며 일반 소비자들의 가수요도 상당부분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주사재기는 물량공급이 원활한 지방을 중심으로 추석전부터 표면화되기
시작, 이달 들어서는 서울, 수도권시장에서도 심한 품귀현상이 야기됐었다.

소주시장에서 가장 인기있는 진로의 "참진이슬로" 소주는 하루 14만상자를
생산해도 물량이 크게 달렸으며 두산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 유통업체 마다
소비자들에게 소량씩 한정판매를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소주메이커들은 국세청의 발표가 가수요를 진정시키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병회수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로 두산 보해등 주요메이커들의 경우 공병회수율이 평소에는 85%를
웃돌았으나 사재기가 번진 지난달 중순부터는 이 비율이 70% 수준으로
곤두박질, 업체마다 냉가슴을 앓아 왔었다.

주류공업협회의 김형래 이사는 "소주공병회수 대국민캠페인을 벌일
참이었는데 국세청발표로 그동안 감춰져 있던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공병회수
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소주와 함께 역시 세율이 크게 오르게 돼 있는 매실주는 이번 국세청의
대책에서 언급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매실주도 소주와 유통망이 같아 술회사로부터
제품을 사가는 구입자가 동일한 점을 감안하면 사재기 가능성이 크게 좁혀진
것으로 봐야 된다고 해석했다.

매실주는 현재 세율이 50%이지만 주세율이 소주처럼 80%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이 경우 매취순은 출고가가 2천9백60원에서 3천9백7원으로
31.6%가 인상된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