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연우무대가 지난 2일부터 대학로 한켠의 연우소극장에서 공연중인
"락희맨쇼"(최우진 연출)는 연극에 만화가 버무려진 이색 무대다.

만화같은 연극이 다소 생경하지만 젊은 연극인 특유의 실험성에 재미를
곁들여 만화세대 관객들에게 남다른 호소력을 지녔다.

극은 하느님만 마시는 "기린소주"를 손에 놓고 흐뭇해하는 장물아비 천사를
지상의 담배가게 아줌마가 자신의 "그린소주"를 훔쳐간 도둑으로 오인해
소주를 빼앗오는 해프닝으로 시작된다.

이후 시종일관 좌충우돌하는 군상들을 비추며 빠르게 진행된다.

지난 여름 "풀코스 맛있게 먹는법"를 통해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던 연우의
배우들은 "락희맨쇼"에서는 제각기 강한 개성을 표출한다.

다혈질에 성미 급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다"(조승연)와 사람
복장터지게 하는 어눌한 성격의 "너두"(임병수).

두 주인공의 대화는 관객들의 웃음보를 끊임없이 자극하며 극의 팽팽함을
유지해간다.

중반부에 이르면 만화는 하늘나라와 지상을 잇고, 연인들의 사랑을 묘사하는
오브제로 완벽하게 변신한다.

마법의 요술램프처럼 기린소주를 마시면 나타나는 "락희맨"은 극 사이사이에
화려한 율동과 노래솜씨를 뽑내며 극의 재미를 더하는 양념구실을 톡톡히
한다.

하늘나라와 지상, 나다와 너두, 연인들이 얼키설키 엮인 줄거리는 작가
고선웅의 탄탄한 구성력으로 관객들에게 부담없이 다가왔다.

음향의 밸런스가 자주 어긋나 스피커옆에 앉은 관객의 귀를 괴롭힌 점이
옥에 티.

"락희맨쇼"는 모처럼 연극이 어렵고 재미없다는 고정관념에 일침을 가하는
무대였다.

한바탕 신나게 "희희낙락"거리고 나면 1시간30분이 훌쩍 지나간다.

11월14일까지.

평일 오후7시30분, 토.일 오후4시, 7시30분.

월요일 쉼.

(02)744-7090

< 김형호 기자 chs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