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서머스 < 미국 재무장관 >

1년전 세계는 2차대전후 최악의 금융위기에 처해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이 금융위기에서 벗어났다.

문제는 미래다.

앞으로 세계경제를 어떤 방향으로 꾸려 나가야 할 지가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지난 2년간 세계경제위기의 와중에도 미국경제는 꾸준히 호황을 누려왔다.

미국 이외 다른 주요 국가들도 경제발전을 이뤘다.

이는 이제 미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성장의 엔진" 역할을 끝낼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도 내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회복세가 정착될 때까지 경기회복책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

일본도 전후 최장의 경기불황에서 탈출하기 시작한 것같다.

일본경기 부양책이 서서히 효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 전체로 볼
때 천만다행이다.

한국 태국 필리핀 브라질 등 미국이 개혁을 지지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제
구조 개혁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따라 이들 신흥국의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되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앞에는 아직 여러가지 도전과 장애물이 남아 있다.

특히 러시아는 여전히 경제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렇다할 회생정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중남미의 여러 나라들도 경기후퇴 국면에 놓여 있다.

경제기반이 취약한 국가의 경우 정부의 마음이 바뀔 경우 언제라도 개혁
작업이 원위치로 후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난 2년간 중요한 개혁과 진전이 이뤄져 왔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세기에 해결하지 못하고 남아 있는 문제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며, 다른
것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게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와관련, 최대 현안은 지구상의 많은 곳에서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인
생활수준조차도 누리지 못하고 가난과 질병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국민소득은 지난 80년대보다 더
줄어들었다.

어린아이들은 읽기를 배울 가능성보다 5세도 채 되기 전에 사망할 확률이
더욱 높다.

여자 아이들 중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이들보다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아이들이 더 많다.

이 사람들을 도와줘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 둬야 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이들을 가장 잘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궁리하고 그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50년이 넘도록 저개발 국가들을 원조하고 지원해오는 동안 어떤 원조와
지원이 실제로 도움이 되지 않는가를 깨달았다.

무조건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빈곤 퇴치와 고성장에 관심이 없는 국가들에 원조를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국제사회의 재원만 낭비할 뿐이다.

선진7개국(G7)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이같은 교훈을 감안, 과다채무
빈국(HIPC)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선진국들은 빈국들의 채무탕감 규모를 종전의 1백30억달러에서 9백억달러로
확대키로 했다.

이와관련, 미국은 가난 추방을 위해 4가지의 핵심적 내용을 담은 새로운
형태의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성장 지향적이고 통합된 가난추방 계획이다.

이 계획은 당사국이 주체가 돼야 하며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아래 추진돼야 한다.

또 영아사망률 문맹률 등 측정가능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할 수 있는 사회
현상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

둘째, 부채 탕감 수혜국들은 빈곤을 퇴치하는데 사용되는 자금중 일정
부분을 기여해야 한다.

셋째, 투명성을 위해 구체적인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예산 규모나 새로운 지원액 등은 의무적으로 일반에 공표돼야
한다.

그래야만 지원계획을 지속적으로 모니터할 수 있다.

넷째, 대상국의 독립과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일정한 권한을 위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빈곤퇴치계획에 시민단체나 사회단체를 참가시키고 세계은행및
IMF와 이들 단체간에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 4가지중 일부는 이미 실천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아직 실현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가난한 국가들의 아이들에게 좀더 나은 미래를 제시할 수 있는
주체는 가난한 국가의 정부와 국민 자신들이다.

하지만 가난한 나라들 중 상당수가 국제사회에 지고 있는 빚 때문에 자국
어린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와야 한다.

< 정리=김선태 기자 orc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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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달말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
기금(IMF) 연차총회에서 행한 연설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