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열이 차고 답답한 번조증은 대부분 대변이 단단해지는게 특징이다.

그러나 드물게 설사나 무른 변을 보이면서도 가슴이 답답하며 열감을 호소
하는 사람도 있다.

혹은 팔다리는 얼음처럼 차가운 느낌이 들면서도 가슴속에선 열감이 심한
경우도 있다.

이러한 번조증은 바로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중증이다.

그 원인의 첫째는 체내의 음혈이 거의 고갈돼 오히려 설사의 양상을 띠면서
가슴의 열감이 심해지는 경우이다.

평소 음혈이 부족한 체질인데 갑자기 음혈이 고갈되면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

당뇨가 심한 환자가 이런 번조증을 호소한다면 진단을 받아 봐야 한다.

입이 자꾸 마르고 물을 마셔도 계속 마시고 싶어진다.

이런 경우는 물론 감기증상 이후에 설사와 더불어 가슴에 열이 차면 급히
음혈을 보해야만 한다.

둘째는 체내의 양기가 고갈돼 나타나는 번조증의 경우다.

원래 양기가 고갈되면 몸이 차가와지는게 일반적인 양상이다.

하지만 양기가 극도로 고갈되면 체내의 마지막 남은 양기가 하초의 명문
에서 일탈하여 대개 가슴과 머리부분으로 치솟아 오른다.

따라서 가슴부위는 열감을 느끼면서 나머지 부분은 얼음같이 차가와지는
것이다.

이를 한의학에서는 "음조증"이라 하는데 갈증을 느끼지만 막상 물을 마셔도
많이 먹히지 않는다.

만약 자신이 평소 추위를 자주 타면서 손발이 차고 따뜻한 음식을 좋아
하는데도 불구하고 소화능력이 떨어지면서 대변이 묽고 가슴이 답답하며
수면상태가 불량하면 양기가 계속 빠지고 있다는 표시다.

박영배 <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