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5주년] 한국경제신문에 바란다 : (기고)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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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천년 한경의 나아갈 길 ]
심재철 < 고려대 교수 >
고려대 정경관에 들어서면 "알기쉬운 경제, 읽기쉬운 신문"이란 슬로건이
눈길을 끈다.
그 아래 푸른색 게시판에는 한국경제신문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그 앞에 옹기종기 모인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경제위기 이후 캠퍼스에도 경제기사 열독률이 높아졌다.
일반인의 경제뉴스에 관한 관심은 이미 정치뉴스를 앞섰다.
고려대 신문방송연구소가 올해 서울시민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한
연구에 따르면, 경제뉴스 주목도는 10점 만점에 6.4점으로 사회면 뉴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신문에 대한 구독률도 높아졌다.
수도권의 종합 일간지를 제치고, 서울시민의 10%가 경제지를 "주로 읽는
신문"으로 꼽았다.
나아가서 5명의 응답자 중 1명 정도가 경제지를 직장 혹은 가정에서 구독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미국의 대공황 이후 "월스트리트 저널"의 판매부수가 급격히 늘어났던
것처럼, 한국의 경제신문들도 IMF 관리체제를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듯이
보인다.
우리가 최근 실시한 내용분석에 따르면, 한경은 다른 경제신문과 비교해
정치적, 사회적, 외교적으로 중요한 경제이슈를 더욱 많이 보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복잡하게 얽힌 경제현상을 상호연관성에 초점을 맞춰 이해하기 쉽게
역동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기사체가 평이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한경은 국가이익을 앞세우며 애국주의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한경에서는 정부나 기업의 입장을 설명하는 기사를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일반국민의 의견은 덜 반영되는 편이다.
경제환경에 대한 감시기사나 비판기사가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다루어지길
바란다.
미국의 경우 경제지에서 정부나 기업의 부정을 폭로하는 탐사기획물을 찾기
어렵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의 랄프 바테베디안 같이, 내로라 할 기업비리 폭로기자
(Corporate Assassins)도 경제지에선 별로 없다.
그러나 미국언론은 1980년대의 세이빙스 앤드 론 스캔들 이후 경제뉴스의
타디이즘과 연성화 경향을 극복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경제지표도 경제현실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세심하게
검토한다.
시장상황을 오도하는 통계나 데이터에 의한 유의사실(factoids)을 보도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언론인이라면 "경제데이터는 그 자체의 속성상 정확하지 못하며, 종종
경제현실을 오도하고,때로는 완전히 틀릴 수 있다"는 존 갈브레이스의 명언을
가슴에 간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의 경제뉴스 분석에 따르면, 개방경제체제의
관점에서 <>경제단속에 관련된 기사의 60%가 정확하지 못하며 <>세금관련
보도의 46%가 균형감각을 잃었고 <>정부예산이나 지출 보도의 55%가 국민을
오도할 가능성이 높으며 <>환경보도의 57%가 공평하지 못하다고 한다.
또한 18세기 초 러다이트에 의한 기계파괴 폭동처럼, 시장경제의 공정한
자원배분 상태인 파레토 효율을 이해하지 못한 채, 노동시장의 교란 이유를
들어 정보화나 첨단기술 도입에 반대하는 보도를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보도는 마치 "에디슨의 전구발명이 양초제조자를 위협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형태와 비슷하다.
환란 이후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민주적 경제질서의 확립에 저해요인이
된다는 주장이 있다.
한경은 이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당파적 정치논리에 의해 시장경제에 거품현상이 생길 경우 이를 사전에
터뜨려야 한다.
우리의 경제위기는 19세기식 재정시스템으로 21세기를 대비한 최첨단
생산시설을 운영하다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있다.
한경은 국내외 경제상황과 기업의 재무상태를 한층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부가 올바른 경제정책을 수행하고 있는지 공정하게 평가해 주었으면 한다.
전문성에 근거해 끊임없이 효율적인 경제논리를 추구하고,주위 경제환경에
대한 철저한 "감시견 저널리즘"(watchdog journalism)의 전통을 세워주었으면
좋겠다.
고려대 게시판에 붙은 "한국경제,한국경제신문이 풀어갑니다"라는 표어가
명실공히 IMF 체제극복과 개방경제체제 확립의 금언이 되기를 희망한다.
< shim@kuccnx.korea.ac.kr >
-----------------------------------------------------------------------
[ 필자 약력 ]
<>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 미 위스콘신대 언론학박사
<> 미 노스타코타대, 미주리대 교수
<> 현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
심재철 < 고려대 교수 >
고려대 정경관에 들어서면 "알기쉬운 경제, 읽기쉬운 신문"이란 슬로건이
눈길을 끈다.
그 아래 푸른색 게시판에는 한국경제신문이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그 앞에 옹기종기 모인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경제위기 이후 캠퍼스에도 경제기사 열독률이 높아졌다.
일반인의 경제뉴스에 관한 관심은 이미 정치뉴스를 앞섰다.
고려대 신문방송연구소가 올해 서울시민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전화 인터뷰한
연구에 따르면, 경제뉴스 주목도는 10점 만점에 6.4점으로 사회면 뉴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신문에 대한 구독률도 높아졌다.
수도권의 종합 일간지를 제치고, 서울시민의 10%가 경제지를 "주로 읽는
신문"으로 꼽았다.
나아가서 5명의 응답자 중 1명 정도가 경제지를 직장 혹은 가정에서 구독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미국의 대공황 이후 "월스트리트 저널"의 판매부수가 급격히 늘어났던
것처럼, 한국의 경제신문들도 IMF 관리체제를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듯이
보인다.
우리가 최근 실시한 내용분석에 따르면, 한경은 다른 경제신문과 비교해
정치적, 사회적, 외교적으로 중요한 경제이슈를 더욱 많이 보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복잡하게 얽힌 경제현상을 상호연관성에 초점을 맞춰 이해하기 쉽게
역동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기사체가 평이한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한경은 국가이익을 앞세우며 애국주의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한경에서는 정부나 기업의 입장을 설명하는 기사를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일반국민의 의견은 덜 반영되는 편이다.
경제환경에 대한 감시기사나 비판기사가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다루어지길
바란다.
미국의 경우 경제지에서 정부나 기업의 부정을 폭로하는 탐사기획물을 찾기
어렵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의 랄프 바테베디안 같이, 내로라 할 기업비리 폭로기자
(Corporate Assassins)도 경제지에선 별로 없다.
그러나 미국언론은 1980년대의 세이빙스 앤드 론 스캔들 이후 경제뉴스의
타디이즘과 연성화 경향을 극복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경제지표도 경제현실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세심하게
검토한다.
시장상황을 오도하는 통계나 데이터에 의한 유의사실(factoids)을 보도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언론인이라면 "경제데이터는 그 자체의 속성상 정확하지 못하며, 종종
경제현실을 오도하고,때로는 완전히 틀릴 수 있다"는 존 갈브레이스의 명언을
가슴에 간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의 경제뉴스 분석에 따르면, 개방경제체제의
관점에서 <>경제단속에 관련된 기사의 60%가 정확하지 못하며 <>세금관련
보도의 46%가 균형감각을 잃었고 <>정부예산이나 지출 보도의 55%가 국민을
오도할 가능성이 높으며 <>환경보도의 57%가 공평하지 못하다고 한다.
또한 18세기 초 러다이트에 의한 기계파괴 폭동처럼, 시장경제의 공정한
자원배분 상태인 파레토 효율을 이해하지 못한 채, 노동시장의 교란 이유를
들어 정보화나 첨단기술 도입에 반대하는 보도를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보도는 마치 "에디슨의 전구발명이 양초제조자를 위협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형태와 비슷하다.
환란 이후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민주적 경제질서의 확립에 저해요인이
된다는 주장이 있다.
한경은 이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당파적 정치논리에 의해 시장경제에 거품현상이 생길 경우 이를 사전에
터뜨려야 한다.
우리의 경제위기는 19세기식 재정시스템으로 21세기를 대비한 최첨단
생산시설을 운영하다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있다.
한경은 국내외 경제상황과 기업의 재무상태를 한층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부가 올바른 경제정책을 수행하고 있는지 공정하게 평가해 주었으면 한다.
전문성에 근거해 끊임없이 효율적인 경제논리를 추구하고,주위 경제환경에
대한 철저한 "감시견 저널리즘"(watchdog journalism)의 전통을 세워주었으면
좋겠다.
고려대 게시판에 붙은 "한국경제,한국경제신문이 풀어갑니다"라는 표어가
명실공히 IMF 체제극복과 개방경제체제 확립의 금언이 되기를 희망한다.
< shim@kuccnx.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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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
<>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 미 위스콘신대 언론학박사
<> 미 노스타코타대, 미주리대 교수
<> 현 고려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