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대서양을 단독 횡단한 비행사의 이름은 누구인가.

찰스 린드버그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두번째로 대서양을 단독 횡단한 비행사는 누구인가.

버트 힝클러였다.

버트는 찰스보다 더 빨리 비행했고 연료도 더 적게 썼다.

그러나 아무도 그의 이름을 기억해주지 않는다.

인터넷 패러디 사이트인 딴지일보 외에도 비슷한 패러디 사이트가 20여개에
달하지만 사람들은 딴지일보만 기억한다.

먼저 뛰어들어야 하는 데도 기업들은 대개 버트 힝클러의 길을 간다.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나 무한경쟁 환경에서는 계열확장을 통해 ''나도''(me too)라는 식으로
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선도적인 브랜드는 대개 잠재고객의 기억을 선점한 것들이다.

렌터카 사업의 허츠, 컴퓨터의 IBM, 콜라의 코카콜라 등이 좋은 예다.

그러면 대서양을 세번째로 단독 횡단한 비행사는 누구인가.

사람들은 아멜리아 이어하트라는 이름을 기억한다.

그는 대서양을 세번째 횡단한 비행사로서가 아니라 대서양을 단독 횡단한
첫번째 여성비행사라는 사실 때문에 기억에 남았다.

IBM이 컴퓨터 분야에서 성공하자 모두들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버로즈 컨트롤데이터 제너럴일렉트릭 하니웰 NCR RCA 스페리...

사람들은 이들을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일곱난쟁이중 세계에서 두번째 큰 컴퓨터회사로 자라난 곳은 없었다.

IBM이 컴퓨터에서 최초였다면 DEC는 미니컴퓨터 분야에 세계 최초로 뛰어든
회사다.

탠덤은 내고장성 컴퓨터를 최초로 개발해 한해 19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컸다.

어느 영역에서 최초가 될 수 없다면 이처럼 최초로 뛰어들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그 분야에서 1등을 하는 것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그러면 1등은 무엇인가.

보는 눈에 따라 다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단거리항로를 저렴한 항공요금으로 서비스하는
항공사다.

중간 규모의 도시들과 대도시의 제2공항들 사이를 잇는 지점 대 지점
(point-to-point)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규모 공항들을 피하며 먼거리 비행을 하지 않는다.

이 회사의 빈번한 착륙과 낮은 운임은 자동차나 버스로 여행했을 여행자들,
다른 항공노선이라면 풀서비스를 제공하는 항공사를 선택했을 여행자들을
유인한다.

식사나 정해진 좌석, 항공사간 수하물보관, 우등석 등의 서비스는 없다.

고객은 공항게이트에서 자동으로 발권을 받을 수 있으므로 사우스웨스트는
여행대리점들에 커미션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이로써 이 회사는 UA AA 델타 컨티넨탈 등 유스한 항공사에 이어 미국내
다섯손가락에 꼽히는 항공사로 올라섰다.

이익규모나 이익률로 보면 2,3위에 달하고 있다.

사우스웨스트의 독특한 경영전략이 성공한 것이다.

컨티넨탈이 이를 모방해 ''나도'' 전략을 썼다가 실패, CEO가 교체되는 등
망신을 당했다.

매출은 1위지만 실속이 없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로 ''포천 5백''에 들어간 회사중 GM과 엑슨은
각각 1,2위였다.

그러나 이익규모나 이익률로는 포드가 1위였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진정한 1위인가.

종전까지는 매출액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로 1등이냐 아니냐를 가려왔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러한 잣대가 유효하지 않다.

5백대 기업중 매출액, 이익액, 시장가치, 매출이익률, 자산이익률 상위
10개사를 각각 살펴보면 이익이 시장가치(주가X발행주식수)와 높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종전 제품 중심의 시대에서 이익은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의 결과로 나타나
기업은 매출 또는 시장점유율에만 집착해 이를 달성하면 충분했다.

이익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고 어떻게 이익이 실현되는지는 관심밖의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영환경이 변했다.

시장점유울이 늘어났다고 이익도 동반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대기업들을 보자.

매출액을 기준으로 현대 대우 삼성이라는 순위를 매겼던 적이 있다.

대우가 곤경에 처한 지금 아직도 이는 유효한가.

끝없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면서 외형에 집착하지 않고 실속을 챙기는
것이야말로 21세기형 1등 기업으로 살아남는 길이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