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간판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월~금 오후 9시25분)가 오는 15일 방송
4백회를 맞는다.

"순풍..."은 타방송사의 9시뉴스와 시간이 겹치는 편성상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열성적인 고정팬들을 확보하며 오히려 9시뉴스의 "천적"으로 떠오른
프로그램.

지난주에는 평균 시청률 23.8%로 주간 시청률 10위를 기록했다.

4백회분 녹화가 있던 지난 11일 SBS 일산 스튜디오에는 윤세영 회장을
비롯해 김병욱 PD, 오지명 선우용녀 박영규 등 출연진 및 스태프들이 모여
자축연을 열었다.

SBS측은 이날 일산 홀트아동복지원생 30여명도 초청해 TV와 기념품을
전달하며 "순풍..."의 장수를 축하했다.

매일 밤 시청자들을 오지명 원장의 병원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 캐릭터가 살아있다 ="순풍..."은 스토리 위주이던 기존 시트콤을 등장
인물의 성격, 이른바 캐릭터 중심으로 풀어간 첫 작품으로 꼽힌다.

가부장적이면서 체면을 목숨보다 소중히 생각하는 지명, 상상을 초월하는
짠돌이면서 야비한 모습도 마다않는 영규, 소녀같은 천진난만함을 간직한
용녀 등 배역마다 부여된 뚜렷한 개성이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먹는 것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영란과 괄괄한 성격으로 원장에게 맞서는
김 간호사, 영악한 어린이의 극치를 보여주는 미달이는 극을 감칠맛나게
하는 주인공들이다.

출연자들은 독특한 캐릭터 덕분에 모두 3~4개의 CF에 출연하는 짭잘한
성과도 거뒀다.

<> 가슴에 와닿는 소재 =일상생활을 담은 현실적인 소재는 "순풍..."의 큰
자랑거리다.

질투 집착 배신 등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내면 깊숙하게 도사린 인간의
본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추함보다는 웃음을 이끌어내는 코믹함을 놓치지 않는다.

"순풍..."을 집필하는 작가는 전현진 씨를 비롯해 모두 6명.

컴퓨터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이버 작가 10명도 이들의 작업을 돕는다.

<> 풀어야 할 숙제 =정형화된 캐릭터의 이면에는 극이 자칫하면 단조롭게
흐를수도 있는 가능성이 숨어있다.

색깔이 뚜렷하면서도 신축성있는 캐릭터 관리를 생각할 때다.

다양한 소재의 발굴 또한 "순풍..."의 롱런을 위해 제작진이 해결해야 할
짐이다.

< 박해영 기자 bon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