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회사에 다니는 김대경(35) 과장은 요즘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도 잠을 잔 것 같지 않다.

언제부턴가 과음하는 버릇이 생겼고 담배도 부쩍 늘었다.

회사에 출근해서는 윗사람 눈치보느라 늘 불안하다.

부장이 자신을 부르는 "김 과장"이란 목소리 톤이 조금만 높아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러다 갑자기 "잘리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일도 제대로 손에 안잡힌다.

동료는 잘 해나가는데 자기는 뒤처지는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비단 김 과장의 경우만이 아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다들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지금도 "남성의 전화"(02-652-0456)엔 숱한 하소연들이 쏟아지고 있다.

IMF 관리체제로 인한 충격이 어느정도 가셨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IMF체제
전보다 2배 이상이나 많은 상담전화가 걸려 온다.

상사에 대한 비위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얘기에서부터 사장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는데 보증을 서라고 요구해 신경이 곤두서 있는 사람도 있다.

뜻하지 않게 지방으로 발령이 나서 곤혹스러워 하거나 적성에 안맞아 다른
직장으로 옮기려 하자 장기간 해외출장을 명령받아 괴로워 하는 전화도 있다.

어떻게 하면 이같은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짓눌리기 보다는 스트레스를 기정
사실로 인정하고 스스로 풀어나가는 노력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하는게 순서다.

직장인의 심리교육훈련방법을 연구하는 한국심리교육연구소 이세용 소장이
내놓은 "직장인 스트레스 자가진단표"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측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 진단표는 스트레스의 정도를 잴 수 있는 10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미약한 경우엔 1점, 심할 때는 5점으로 체크한 뒤 총점으로 결과를
알아보면 된다.

일단 30점 미만이라면 "OK"다.

30~40점은 상당한 스트레스로 심리적 부담과 신체적 피로에 시달리는
경우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단계다.

40점을 넘으면 적색 경보가 울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야 하는 수준이다.

6개월 안에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단계여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게 바람직하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열린생각"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이세용 소장은
조언한다.

"남성의 전화" 이옥 소장도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도록 상담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즐겁다"는 책을 쓴 김광일 교수(한양대병원 구리병원장)는
"직장이란 원래 골치아픈 곳이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며 성격을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유형별 스트레스 해소법을 소개했다.

먼저 분노표출형.

농구처럼 격렬한 운동으로 풀어 나가거나 불편한 심정을 차분히 글로
써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좌절형인 경우엔 우울증에 빠지지 않도록 비슷한 처지에 있는 동료들과
만나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게 좋다.

무엇보다 움츠러들지 말고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불안형이라면 "이것쯤이야"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게 바람직하다.

지금은 누구나 불안한 시기니 만큼 불안을 뒤집어쓰기 보다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불신형은 집요한 성격의 소유자가 많아 자기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거리
를 찾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훌훌 떨쳐 버리려면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일해 나가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를 하나의 "실체"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차피 피해나갈 수 없다면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이 유일한 해소방안이라는
설명이다.

< 손희식 기자 hssoh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