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리스크관리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인식부족과 첨단 금융기법을
도입한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부족이 지난 97년 외환위기를 불러온 주요
원인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3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 금융공학연구센터가 서울대학교
대역해석학연구센터, 한국선물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금융공학과 수학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국내외 리스크관리 전문가들은 이같이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에도 번역,
소개된 "리스크가치(Value at Risk)"의 저자인 필립 조리온 미국 캘리포니아
대 교수와 미국 카네기멜론대의 데이비드 히스 교수, 영국 옥스퍼드대의
폴 윌모트 교수 등 금융위험관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의 논문이 발표됐다.

현재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인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개막
연설자로 나와 "한국의 외환위기는 1차적으로 장단기 부채의 불균형과
엄격한 부실정리 절차의 부재 등 취약한 금융시스템에 의해 유발됐다"면서도
"단기자금의 국제적인 움직임과 파생상품의 거래에 내재된 첨단 금융기법에
대한 인식부족도 큰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금융기관들은 이제 투명성과 신뢰성을 갖추고 효율적인
리스크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규제 및 감독기관
의 충분한 전문성과 기술적인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한국의 예금보험 시스템이 금융부문의 체계적 위험에 대한
효과적인 완충장치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금융감독위원회를
통한 올바른 파산절차의 확립도 금융의 불안정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립 조리언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의
파산으로부터의 교훈"이라는 논문을 통해 LTCM의 실패는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시장 환경에 대한 냉정한 이해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리언 교수는 "VAR(리스크가치)이라는 위험관리 기법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LTCM은 높은 수익률 달성을 위해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25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위험을 떠안고 있었던게 문제였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히스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일관적인 리스크 척도"라는
논문에서 "일관성 있는 리스크 측정척도는 무수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항상 시장상황을 포함한 경제적 고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박민하 기자 hahah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