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12일 군사 쿠데타가 발생, 페르베즈 무샤라프 육군 참모총장이
이끄는 군부가 나와즈 샤리프 총리 정부를 전복시키고 권력을 장악했다.

샤리프 총리는 일부 각료 등 측근과 함께 총리 관저에 연금돼 있다.

군은 국영 언론 매체 등 국가 주요 기관들을 접수하고 공항들을 폐쇄했다.

또 4개 주 정부도 해산했다.

무샤라프 참모총장은 대 국민 연설에서 "현 정부가 군을 포함, 모든 국가
기관들을 조직적으로 파괴했으며 경제를 파탄으로 이끌어 왔다"고 비난했다.

그는 정국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 군이 나섰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군이 상황을 통제, 평온한 상태라며 국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무샤라프 참모총장은 이어 최근 국경 분쟁을 빚은 인도를 겨냥, 어떤
외부세력도 파키스탄의 현재 상황을 악용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주권과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 대변인은 샤리프 총리 축출이 신속히 이뤄졌으며 아무런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군 전체가 무샤라프 참모총장의 명령에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쿠데타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샤라프 참모총장 해임이었다.

군은 샤리프 총리가 무샤라프 참모총장을 해임하고 자신의 측근을 후임으로
임명하겠다고 발표한 뒤 곧바로 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샤리프 총리가 취하고 있는 대인도 온건정책을
놓고 정부와 군이 갈등을 빚어 온 때문으로 풀이된다.

군부는 그동안 인도와 파키스탄을 잇는 버스편을 개설하는 등 인도와의
관계개선을 추진해온 샤리프 총리에 맞서 사사건건 반발해 왔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득세하고 있는 군부는 특히 지난 5~7월 카슈미르
분쟁 당시 인도와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군부는 샤리프 총리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 인도.파키스탄을
가르는 통제선을 회복하기로 합의한 것은 "굴욕"이라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천명해 왔다.

샤리프 총리는 자신의 권한 확대에 주력하면서 지난해 육군 참모총장을
경질한데 이어 이번엔 임기가 보장된 무샤라프 참모총장마저 경질, 군부의
집단 반발을 샀다.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야당은 물론 국민들
의 불만이 고조된 것도 쿠데타가 일어난 원인의 하나가 됐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인도가 먼저 핵실험을 강행하자 역시 핵실험으로 대응,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초래했다.

야당은 샤리프 총리가 제재조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경제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파키스탄 군사 쿠데타는 진정국면을 보이던 카슈미르 분쟁을 비롯,
인도 파키스탄간 긴장을 다시 고조시킬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쿠데타 발생후 즉각 전군에 경계령을 내리고 국가안보위원회를 여는
등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며 만약 쿠데타가 발생했다면
민주주의가 조속히 회복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연방은 군사 쿠데타와 관련, 파키스탄을 영연방에서 제명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드 액스워디 캐나다 외무장관이 말했다.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13일 프랑스의 유럽1라디오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파키스탄이 정정회복에 실패할 경우 이 나라에 대한 자금지원
이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선태 기자 orc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