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업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과연 최고경영자는 어떤 전략적 틀과 사고를 가져야 하는가.

박철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한국경제,
매니저(Manager)가 살려야 한다"는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박 교수는 국가경쟁력은 기업경쟁력이라는 등식을 전제로 최고경영자의
경쟁력이야말로 그 기업의 생사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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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쟁력은 일반적으로 개별사업부의 경쟁력과 사업부간 시너지효과에
의해 결정된다.

이 가운데 개별사업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은 크게 두가지.

사업부가 속한 업종의 구조적 매력도와 사업수행을 위한 인적.물적자산
영업권 브랜드 전통 이미지등 기업내부의 "자원과 능력"(R&C)이 그것들이다.

현대 경영학은 이 두가지 요소를 결합해 하나의 전략적 틀을 제공하고 있다.

구조적 매력도가 높고 R&C가 우수한 경우가 가장 경쟁력이 높다.

반면 구조적 매력이 약하고 R&C도 취약한 사업부는 퇴출대상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어느 한쪽이 약할 때다.

매력있는 사업분야라면 자원과 능력을 배양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틀린 생각이라는게 입증되고 있다.

R&C를 키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R&C는 사업부간 시너지효과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지난 몇년간 우리나라에 유행했던 용어중에 "관련 다각화"라는 것이 있었다.

대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애용했던 전략적 용어였다.

그러나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신사복을 생산하는 업체가 캐주얼의류 사업을
추가하는게 "관련 다각화"는 아니다.

자원과 능력면에서 상당한 관련성을 가져야 "관련 다각화"라는 표현을 쓸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신사복과 캐주얼의류는 전혀 관련성이 없는 사업분야로 볼
수 있다.

고객들의 성향과 매장분위기, 점포의 위치와 점원들의 영업스타일이 판이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자원과 능력을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설혹 R&C가 잠재적 시너지효과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남는다.

시너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각종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들간의 무관심 냉소 비협조적 태도 등의 것들이다.

따라서 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기 위한 "조정(Coordination)" 능력이 최종적
으로 필요하다.

이같은 전략적 틀을 과거 국내기업의 경영에 대입해보면 21세기 최고경영자
의 역할이 분명히 드러난다.

지난 80년대까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업은 구조적 매력도가 상당히 높은
상태였다.

경제성장및 소득수준의 증대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던 반면
공급은 만성적으로 딸렸다.

기업간 경쟁력은 누가 얼마나 빨리,보다 많이 생산하느냐에 따라 엇갈렸다.

대기업들은 관련다각화든 비관련다각화든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족족
성공을 거두었다.

이 와중에 요구되는 R&C도 마케팅능력이나 고급기술이 아니었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자금력과 관리력, 정부의 지원 등 "일반적인 역량"
(General Capacity)이 중시됐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기업환경은 급변했다.

우선 어느새 찾아온 공급과잉에다 세계적인 경쟁의 격화로 사업의 구조적
매력도가 약화됐다.

또 체계적인 마케팅능력과 뛰어난 기술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돼
버렸다.

전통적으로 국내 대기업들이 보유해온 자금동원능력과 중앙집권적 기업구조
는 그 가치를 상당부분 상실했다.

이른바 "90년대의 위기"는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최고경영자는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형태의 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업의 구조적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경쟁자가 없거나 경쟁자를 멀리
따돌릴 수 있는 분야에 눈길을 줘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영역이든 아니면 기존 시장의 틈새를 파고드는 것이든 상관
이 없다.

변화의 흐름을 읽으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사업의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최고경영자는 새로운 게임을 벌일줄 알아야 한다.

게임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것 역시 그의 몫이다.

예컨대 고객타깃을 바꾸면 제품성향 기술 마케팅전략 등에 입체적인 변화를
줘야 한다.

이같은 변화를 이루기 위해선 기업내에 새로운 타입의 자원과 능력이 필요
하다.

최고경영자는 마땅히 R&C 확충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것도 남들이 쉽게 모방하거나 따라잡을 수 없도록 해야한다.

R&C 배양이야말로 21세기 기업의 혁신적 가치인 동시에 이 시대 최고경영자
의 지상과제다.

< 정리=조일훈 기자 ji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