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오레는 "패션유통혁명"의 시발점이다.

작년 8월 동대문시장안에 패션쇼핑몰 밀리오레가 들어선 뒤 국내 패션유통
시장에는 혁명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밀리오레와 인근 두산타워에 고객이 몰리면서 이들과 비슷한 쇼핑몰들이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바람에 20세기말 패션유통을 주도해 왔던 로드숍(길거리 소매상)들이
이제는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작년 상반기 밀리오레가 쇼핑몰 개점을 준비하고 있을 때 인근 상인들은
한결같이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MF체제 불황속에 2천개나 되는 점포를 채우기도 어렵고 채운다 해도 상가가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밀리오레가 패션쇼핑몰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정확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밀리오레 관리회사인 성창F&D는 로드숍 위주의 패션유통이 크게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과감하게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패션쇼핑몰을 시도했다.

"제조.도매상->소매상(로드숍)->소비자"를 거치는 기존 패션유통의 틀에서
벗어나 밀리오레를 도매상과 소매상을 겸하는 대형 패션쇼핑몰로 운영했다.

밀리오레에 입점한 상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옷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직접
팔기 시작했다.

이처럼 유통단계가 압축되자 자연 옷값에서 거품이 빠졌다.

IMF시대를 맞아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젊은이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조명 동선 상품진열 등이 백화점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 재래시장 상가로는
처음으로 TV광고를 내고 상가 앞에서 날마다 노래와 춤으로 흥겨운 판을
벌인 것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밀리오레는 단 한차례의 패션혁명에 만족하지 않는다.

아예 패션유통의 뿌리까지 바꾸려고 야심찬 시도를 하고 있다.

전국에 10여개의 밀리오레를 세워 체인화한다는 계획이 바로 그것.

후보지로는 인천 대구 광주 대전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패션쇼핑몰이 체인화되면 패션유통의 주도권은 로드숍에서 쇼핑몰로
넘어가게 된다.

밀리오레의 이같은 계획은 이미 실행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 명동에 명동점, 부산 전포동에는 부산점을 짓고 있다.

두 쇼핑몰은 2000년 중반께 문을 연다.

쇼핑몰의 형태는 동대문점과 다를게 없다.

그러나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가 더 많다는 점이 다르다.

명동점 옥상에는 젊은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설무대를 만들고 부산점에는
4천5백평 규모의 청소년 놀이공간을 꾸미기로 했다.

밀리오레는 쇼핑몰 체인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재래시장 브랜드를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품질이 일정 수준에 달한 패션상품에는 공동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고
세계시장에도 내놓겠다는 것이다.

밀리오레는 이같은 계획에 따라 동대문운동장 동쪽에 있는 팀204라는
패션도매상가 건물에 "디자인밸리"라는 공간을 꾸몄다.

이곳을 통해 2000년대 재래시장 패션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2000년대
패션유통의 명실상부한 강자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