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에서 H자동차 판매점을 운영하는 K 사장은 지난해 초 회사에
사표를 쓰고 독립했다.

그는 판매실적에서 서울 영업소에서 몇손가락 안에 드는 우수 직원이었다.

IMF 경제위기 여파로 월급이 줄고 판매 실적에 쫓기느니 차라리 독립해서
능력만큼 리베이트를 받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K 사장의 예상은 적중해 매달 월급의 3배 가량이 넘는 1천만원 가량을 벌고
있다.

그의 성공 비결은 지난 15년간 관리해온 고객들의 신상 정보를 데이터베이스
로 구축, 평소 철저하게 관리해온 덕분이었다.

고향 학력 연령 소득 취미 등을 분류해 고객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DB마케팅을 펼쳤다.

K 사장은 "영업맨에게 자산은 고객의 데이터"라는 평범한 진리를 철저하게
지킨 셈이다.

DB마케팅은 외국에서 80년대 후반부터, 한국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본격
활용되고 있다.

광고대행사 오리콤의 황은경 PR팀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대중속의 한
사람이기 보다는 자신만의 특별한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에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측에서 지속적으로 고객을 만족시켜 줘야 기존 브랜드를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기업에서 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DB마케팅은 기업의 기존
고객이나 잠재 고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전산 시스템안에 축적해 두고
고객의 개별 정보속성을 고려해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마케팅은 기업이 고객만족을 통해 구매동기를 유도하고 판매를 확대,
이윤을 증대시키는 활동으로 이 과정에서 컴퓨터 발달로 축적된 고객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 대신 메일 전화 이벤트 인터넷 등 다양한
쌍방향 매체와 수단을 동원해 통합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게 된다.

DB마케팅은 금융기관 항공사 식품회사 등이 처음으로 이용했다.

미국 식품회사인 퀘이커 오츠(Quaker Oats)는 3천5백만달러의 광고비를 삭감
하는 대신 1천8백만달러를 투자, 데이터베이스에 기반을 둔 DB마케팅을
도입했다.

독자적인 쿠폰 및 판촉 우편물 프로그램인 "Quaker Direct"라는 수단을 통해
소비자와 1대1 대화를 실현했다.

또 장거리 전화회사인 MCI사는 "Friends & Family Campaign"을 통해 기존
고객의 관리와 신규 회원 유치를 성공적으로 달성, 경쟁사인 AT&T의 고객을
5백만명 이상 빼앗는 성과를 올렸다.

국내에서는 IMF사태 전후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DB마케팅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소비시장에서 "부익부 빈익부" 현상이 심화돼 상류층을 공략하기에 알맞은
DB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회중 금강기획 마케팅담당 이사는 "고객이 소수의 특정한 층이나 집단에
한정된 경우 DB마케팅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마케팅 기법에서 앞선 외국회사나 대기업이 DB마케팅을
선도하고 있다.

은행 투신사 증권회사 신용카드사 등 금융기관은 발달된 데이터베이스망을
고객관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동차메이커 위스키업체 패션회사 화장품업체 등 유통 및 식음료 소비재
업체 등에도 DB마케팅 활용이 느는 추세다.

지난해 6월 경영권이 외국회사로 1백% 넘어간 두산씨그램의 경우 신제품
출시에 맞춰 위스키 잠재 고객을 선별해 제품 카탈로그와 판촉행사전단을
보내고 있다.

올들어 경기 회복세를 타고 위스키시장은 지난해보다 60% 이상 성장했으며
이 회사 제품은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현대 대우 등 자동차 업체와 롯데 신세계 등 백화점도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DB마케팅을 펼쳐 성공을 거두고 있다.

앞으로 DB마케팅의 성공은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활용에 달린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DM이나 전화 등 고전적 매체보다는 쌍방향으로 정보 제공이나 구매 제안이
가능한 뉴미디어 활용이 증대되리라는 전망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등 온라인 서비스, 쌍방향 TV, FOD(Fax on Demand), CD롬,
전자 키오스크(Kiosk) 등이다.

특히 인터넷은 매체인 동시에 상거래를 위한 채널로 마케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익태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국장은 "새 밀레니엄 시대를 맞아 기업은
전통적인 마케팅 접근법만을 고집해서는 안되며 상호 작용이 가능하고
직접적인 뉴미디어를 활용해야 생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