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환 대홍기획 마케팅전략연구소 소장 / 성균관대학교 겸임 교수 >

1985년 코카콜라사는 무려 4백만달러의 개발비를 들여 "New Coke"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콜라를 내놓았다.

그러나 의외로 소비자들은 옛날의 콜라를 돌려 달라고 아우성쳤고 결국
코카콜라는 예전의 제품을 다시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이 유명한 New Coke 사건은 소비자들이 한 상표에 대해 얼마나 강한 애착을
가질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왜 코카콜라사가
기존 제품을 버려가면서까지 모험을 무릅썼는가 하는 점이다.

당시 코카콜라는 최대 경쟁사인 펩시가 급격히 추격해 오면서 No.1의
위치마저 위태로워진 상태였다.

다급해진 코카콜라는 1백년의 역사를 가진 제품을 바꾸는 극단 조치를
취했던 것이다.

즉 New Coke 사건은 코카콜라에 등을 돌린 소비자들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애용하던 상표에 등을 돌리고 다른 상표를 집어드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90년대 이후 매우 잦아졌다.

맥주라면 "OB"라던 소비자들이 "HITE"를 외쳤고 소주라면 역시 "두꺼비"라고
고집하던 주당들이 "그린"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경쟁사를 제치고 소비자의 사랑을 받는다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소비자 마음은 한 상표에 머무르질 않는다.

랄랄라 "라거" 노래에 소비자는 다시 춤을 추며 움직이고 "참나무통 맑은
소주"와 "참진이슬로"라는 긴 이름을 참통이니 참이슬이니 하는 약칭을
만들어가면서까지 주문하고 있다.

내일을 예측할수 없게 소비자의 마음은 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마음이 한 상표에 머물지 않고 떠도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조사에서도 분명히 확인된다.

지난 89년부터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생활 양식을 매년 조사해 온 대홍기획의
라이프 스타일 결과를 보면 "물건을 살 때 쓰던 상표를 계속 사게 된다"

혹은 "많이 알려진 상표일수록 믿을 수 있다"라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이
지난 수년간 현격히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나이가 젊을수록 이러한 감소 추세는 강항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사회 주역이 되는 21세기 밀레니엄 시대에는 소비자들이 상표를
바꾸는 일이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소비 주역인 젊은이들이 상표를 쉽게 바꾸는 성향을 갖게 된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오늘날 젊은이들은 리모컨 하나로 수십개 채널을 오가고 클릭 한번으로
전세계 인터넷을 넘나들면서 성장해 왔다.

끊임없는 변화와 자극에 익숙해져 이미 정서적으로 한가지에 고착되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세대다.

둘째 이들은 발달된 정보 기술 덕분에 신제품, 신상표에 대해 매우 빠르게
정보를 얻고 있다.

새로 생긴 카페나 음식점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과 거리에 뿌려지는
공짜소식지를 통해 채 한달도 안돼 급속히 퍼진다.

정보가 빨라지면 행동도 빨라진다.

과거에는 카페나 음식점이 "잘 나간다"고 표현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뜬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정보의 속도가 가속화됐고 새로운 것에 대한 인기의 속도도 빨라진
것이다.

셋째 현재의 젊은이들은 광고를 통해 주어지는 정보와는 질적으로 다른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얻고 있다.

매스미디어 광고는 파는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선뜻 믿음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인터넷에는 실제로 제품을 사용해본 사람들의 경험담이 그대로
올라오고 있다.

과거에도 이러한 입소문은 소비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정보였으나
알음알음으로만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이라는 고속도로를 탄 입소문은 즉각적으로 전세계에
퍼지고 있다.

더 좋은 상표에 대한 생생한 정보가 풍부히 있는데 과거의 경험에 의존해
한 상표를 우직하게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소비자의 마음이 떠도는 21세기에는 상표라는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위기의 시대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으면 오랜 세월 유지해온 상표도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다.

나폴레옹은 행운이란 "주어진 기회를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했다.

21세기의 행운은 결국 떠도는 소비자의 마음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에게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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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 서울대 경영대, 미국 워싱턴대MBA, 노 스웨스턴대 경영학박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