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1세기도 불확실성 시대 .. 임경순 <포항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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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순 < 포항공대 교수 / 과학사 >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핵무기 위협에 시달려온 인류가 바라본 20세기
모습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불확실성의 세계였다.
비단 전쟁뿐만이 아니라 회계 금융 보험 도박 등과 연관된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항상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주가 환율 금리 사망률에 따라 매일매일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미래가 불확실한 현대인의 운명은 단지 경제활동에서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하이젠베르크가 창안한 양자역학적 세계관에 의하면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
시키는 미사일에 적용되는 물리법칙도 어떤 범위내에서는 그 불확실성을
영원히 피할 수 없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물리학계에서 나타난 가장 커다란 변화 가운데 하나는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비결정론적이고 통계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19세기초 뉴턴 역학에 의해 천체를 정확하게 기술했던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는 뉴턴의 중력법칙의 도움으로 우주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세기초 물리학의 변혁을 거치면서 라플라스가 제창한 이 결정론적인
세계는 서서히 종말을 고하게 된다.
1920년대에 들어와서 결정론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던 뉴턴의 고전
물리학은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에 의해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현대물리학으로 전환되었다.
이어 1927년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에 대한 철학적 해석인 "불확정성
원리"를 제안함으로써 물리세계는 인식론적 차원에서도 비결정론적이고
통계적인 것으로 변화되었던 것이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어떤 한계 이내로 물체의 운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한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고 하면 그만큼 더 짧은 파장의
빛을 사용하는 현미경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빛의 파장이 짧아질수록 전자의 운동을 교란시키는 소위 "컴프턴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그 전자의 운동량에 대해서는 그만큼 부정확한 값을
얻게 된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곧이어 등장하는 보어의 상보성원리와
결합되어 양자역학에 대한 정통 해석인 "코펜하겐 해석"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다.
우리는 항상 거시적인 세계인 일상생활 세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원자현상
과 같은 미시적인 세계를 기술해야만 하므로 미시세계를 기술하는 용어에는
어떤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미시세계를 기술하는 위치와 운동량, 입자와 파동, 에너지와
시간 같은 상호 배타적인 개념들은 상보적인 관계에 있게 된다.
보어의 상보성 원리는 "상호배타적인 것은 상보적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로
일반화됐다.
양자역학에 대한 정통 견해인 코펜하겐 해석이 야기했던 가장 커다란 문제는
관찰자의 측정행위가 측정대상, 즉 실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삶과 죽음이라는 두 상태로 구성되어 있는 외부실재는 그 자체로
서 삶과 죽음의 상태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가 측정행위를 하는
순간에 삶과 죽음의 상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주관적인 행위 자체가 우주적 생성 과정에 개입되며 물리적
개별과정은 우주전체와 연결돼 있고,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들은 항상
전체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세계가 시시각각으로 측정하는 관찰자에 의해 결정된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는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은 수많은 세계 가운데 선택된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견해를 양자역학에 대한 "다수 세계 해석(many-world interpretation)"
이라고 한다.
이 해석에 따르면 우리가 일생 동안 살아온 세계 이외에 수없이 많은 선택
하지 않은 다른 세계가 전체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의 절친한 친구였던 파울리는 관찰자의 주관적이고 심리적
행위가 측정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했다.
만약 오늘 주가를 예측하려는 귀하의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행위가 결과적
으로 주가에 모종의 불확실한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은 파울리가 말한 일종의
양자역학적 효과 때문일지도 모른다.
파울리는 비결정론적인 세계관이 최소한 1세기는 더 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만약 이 예언이 맞는다면 21세기 역시 통계적이고 비결정론적인 세계관이
지배하는 세계가 될 것이다.
< gsim@postech.ac.kr >
-----------------------------------------------------------------------
<> 필자 약력
=<>서울대 물리학과
<>독일 함부르크대 자연과학박사
<>저서:20세기 과학의 쟁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핵무기 위협에 시달려온 인류가 바라본 20세기
모습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불확실성의 세계였다.
비단 전쟁뿐만이 아니라 회계 금융 보험 도박 등과 연관된 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항상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주가 환율 금리 사망률에 따라 매일매일
불확실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미래가 불확실한 현대인의 운명은 단지 경제활동에서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하이젠베르크가 창안한 양자역학적 세계관에 의하면 목표물을 정확히 명중
시키는 미사일에 적용되는 물리법칙도 어떤 범위내에서는 그 불확실성을
영원히 피할 수 없다.
20세기에 들어와서 물리학계에서 나타난 가장 커다란 변화 가운데 하나는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비결정론적이고 통계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19세기초 뉴턴 역학에 의해 천체를 정확하게 기술했던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는 뉴턴의 중력법칙의 도움으로 우주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세기초 물리학의 변혁을 거치면서 라플라스가 제창한 이 결정론적인
세계는 서서히 종말을 고하게 된다.
1920년대에 들어와서 결정론적 세계관에 바탕을 두고 있던 뉴턴의 고전
물리학은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에 의해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현대물리학으로 전환되었다.
이어 1927년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에 대한 철학적 해석인 "불확정성
원리"를 제안함으로써 물리세계는 인식론적 차원에서도 비결정론적이고
통계적인 것으로 변화되었던 것이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어떤 한계 이내로 물체의 운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한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고 하면 그만큼 더 짧은 파장의
빛을 사용하는 현미경으로 보아야 한다.
하지만 빛의 파장이 짧아질수록 전자의 운동을 교란시키는 소위 "컴프턴
효과"가 두드러지면서 그 전자의 운동량에 대해서는 그만큼 부정확한 값을
얻게 된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는 곧이어 등장하는 보어의 상보성원리와
결합되어 양자역학에 대한 정통 해석인 "코펜하겐 해석"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다.
우리는 항상 거시적인 세계인 일상생활 세계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원자현상
과 같은 미시적인 세계를 기술해야만 하므로 미시세계를 기술하는 용어에는
어떤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미시세계를 기술하는 위치와 운동량, 입자와 파동, 에너지와
시간 같은 상호 배타적인 개념들은 상보적인 관계에 있게 된다.
보어의 상보성 원리는 "상호배타적인 것은 상보적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로
일반화됐다.
양자역학에 대한 정통 견해인 코펜하겐 해석이 야기했던 가장 커다란 문제는
관찰자의 측정행위가 측정대상, 즉 실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삶과 죽음이라는 두 상태로 구성되어 있는 외부실재는 그 자체로
서 삶과 죽음의 상태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가 측정행위를 하는
순간에 삶과 죽음의 상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주관적인 행위 자체가 우주적 생성 과정에 개입되며 물리적
개별과정은 우주전체와 연결돼 있고,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들은 항상
전체와 상호 연결되어 있다.
세계가 시시각각으로 측정하는 관찰자에 의해 결정된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세계는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은 수많은 세계 가운데 선택된 하나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견해를 양자역학에 대한 "다수 세계 해석(many-world interpretation)"
이라고 한다.
이 해석에 따르면 우리가 일생 동안 살아온 세계 이외에 수없이 많은 선택
하지 않은 다른 세계가 전체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의 절친한 친구였던 파울리는 관찰자의 주관적이고 심리적
행위가 측정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했다.
만약 오늘 주가를 예측하려는 귀하의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행위가 결과적
으로 주가에 모종의 불확실한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은 파울리가 말한 일종의
양자역학적 효과 때문일지도 모른다.
파울리는 비결정론적인 세계관이 최소한 1세기는 더 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만약 이 예언이 맞는다면 21세기 역시 통계적이고 비결정론적인 세계관이
지배하는 세계가 될 것이다.
< gsim@postech.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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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물리학과
<>독일 함부르크대 자연과학박사
<>저서:20세기 과학의 쟁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