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여전에 절정을 이뤘던 단식이 요즘은 많이 위축돼있다.

경기불황에 먹을 것도 없는데 굶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살을 빼고 몸의 독소를 배출하는데 단식만한 것이 없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어서 단식을 해보려 마음먹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단식은 유태교 회교 불교 등에서 종교적 수양을 위해 행했던데서 유래했다.

옹호자들은 단식을 하면 소화기관이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이때 체내의
독소가 배출된다고 주장한다.

또 혈액의 점도가 낮아져 영양분을 체내의 더 깊은 곳까지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다.

소화기관이 쉬는 동안 쓰지 않는 에너지를 면역기관이 쓰게 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따라 군살이 빠지고 살결이 맑아지며 변비 두통 냉증 생리불순과 같은
잔병들이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정신적으로는 사려가 깊어져 명상에 쉽게 빠져들 수 있으며 긍정적이고
매사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변화시켜 준다는게 단식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어쨌든 예전처럼 물만 먹고 버티는 단식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 대신 과학적인 주장을 많이 받아들여 영양과 인체생리를 고려한 단식이
대세다.

서양에서는 1~7일을 굶는데 비타민 미네랄 아미노산 천연당분 식품효소 등
필수영양소가 고루 함유된 음료를 중간에 드는 단식을 한다.

국내에서는 숭늉 동치미 과일주스 등을 먹으면서 간단한 기체조를 곁들이는
추세다.

또 단식후에는 아주 서서히 보식을 해서 지나치게 많이 먹어버려 다시 살이
찌거나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서양의학계는 단식을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단식이 몸에 좋다는 주장가운데 아무것도 과학적으로 입증된게 없다는 것.

단기간의 단식은 위장관에 염증및 감염질환에 생겼을때 이로울 수 있으나
나머지는 단식이 해롭다고 보고 있다.

단식을 오래하면 오히려 신체적 누적피로가 가중돼 독성물질이 축적되고
이는 간과 신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혈중 무기질농도가 떨어져 부정맥이 올수 있고 빈혈로 인해 면역력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더구나 지병이 있는 환자의 경우 혈당 혈압조절에 지장을 줘 병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식이 정신분열증 암 류머티스관절염과 같은 난치성질환도 치료할 수
있다는 일부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루 이틀 정도의 단식은 체중조절과 식욕회복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잦고 긴 단식은 몸에 해롭다는게 서양의학이 내린 결론이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