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단순한 즐거움을 주기 보다는 시대적 요구에 걸맞는 대안을 제시
하고 미래에 대한 혜안을 담아야 합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귄터 그라스(72)는 15일(한국시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시회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작가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작가는 뭔가 써야 한다는 강박
관념과 커다란 상실감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작가 정신은 시대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므로 자기 상상력으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시대의 작가라면 환경 파괴와 자연 훼손에 대한 인류의 경고
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작가의 사회적 책무를 거듭 역설했다.

이와 관련, 그라스는 "요즘 젊은 작가들은 정치 사회의식이 너무 없다"고
지적하고 "단지 즐거움만 추구하는 작품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세태를
꼬집었다.

한국의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한 그는 "머지않아 남북통일이
될텐데 그때를 대비해서 독일의 경우 어떤 점이 잘못됐고 미흡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충분히 연구하는 것이 큰 참고가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최근 신작 "나의 세기"가 너무 정치적이지 않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은
정치가가 아니라면서 "이 작품은 문화, 스포츠, 사회 등에 궁극적인 초점을
맞췄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도서전에 신간을 소개한 라퐁텐 전 사민당 당수가 현지 언론으로
부터 자신보다 더욱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와 관련, "라퐁텐이 재능있는
정치가이지만 당수가 된 뒤로는 한 일이 별로 없었다"고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나는 문학을 통해 대안과 개혁을 제시해왔으며 앞으로도 문학을
통해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올해 "대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헤르만 쉐어 독일
사민당 의원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 프랑크푸르트=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