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정치기상도] 중선거구제의 효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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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정치개혁 특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선거법
개정 단일안을 확정했다.
이 안은 의원정수를 299명에서 270명으로 줄이고 후보의 정당별 기호를
폐지하며 부정선거 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여러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국회의원 선거구제와 선출방식의 변경이며,
그 핵심은 한 선거구에서 3명을 기준으로 2-4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 지역구 후보와 지지정당에 따로 투표하는 1인 2투표제, 그리고
정수의 1/3인 90석을 전국 8개 권역에서 인구비례와 정당지지율에 따라
배분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다.
정치권에서는 이 새로운 제도에 대한 여권 지도부의 의지가 얼마나 확실한
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그런데 정치개혁특위가 열린 바로 그날 "DJT" 3인 지도부가 일련의 연쇄
접촉을 가진 끝에 "합당 논의에 앞서 국회의원 선거구제 변경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을 보면 단순한 협상 카드는 아닌 듯하다.
이 결정의 속사정이야 장삼이사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면 연합공천보다는 합당이 훨씬 유리한 총선
전략이다.
그러나 3인 선거구제를 채택한다면, 두 여당이 각자 뛰어 최대한 의석을
확보한 다음 다시 손잡는 쪽이 훨씬 낫다.
어떤 정당이든 혼자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는 없는 제도인 탓이다.
"유일야당" 한나라당의 당론은 소선구제다.
그러나 야당 지도부의 속내도 분명하지는 않다.
우선 이회창 총재가 여권과 이 문제에 관해 대화하려는 태도를 보인 바 있고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중선거구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각 당 국회의원과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데다 의석을 기준으로 볼 때 여야 3당의 득실관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선거구제를 택할 경우 세 당은 모두 영호남과 충청권 "지역거점"에서 의석
독점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3등만 해도 당선되고 비례대표 의석도 있기 때문에 각 당은 소선구제
라면 "전멸"할 수밖에 없는 "적지"에서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과 호남에서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충청권에서는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이, 영남과 강원도에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의석을
늘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종국적으로 누가 더 큰 이득을 볼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중선거구제를 여권이,특히 국민회의가 의석을 늘이려는 정략
이라 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도대체 여권은 왜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추진하는
것일까?
큰 실리는 없지만 명분이 있기 때문이며, 김대통령이 이 명분에 집착하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여권의 명분은 이 제도의 "비교우위"에 근거를 둔 것이다.
첫째 "지역당 현상"이 누그러진다.
모든 정당이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하지만 전국에 의석을 가진 정당"이 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권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3등만 해도 당선자를 낼 수 있으면 새로운 정치세력이 더 쉽게 원내로
들어올 수 있다.
셋째 표의 등가성이 높아진다.
현재 4대1까지 차이가 나는 도농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대폭 완화되어 각
당의 의석 수가 유권자의 정당 지지도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 없는 만큼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여야의 진지한 토론과 협상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합의안을 도출하기를
기대해 본다.
< 시사평론가 / 성공회대 겸임교수 denkmal@hite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
개정 단일안을 확정했다.
이 안은 의원정수를 299명에서 270명으로 줄이고 후보의 정당별 기호를
폐지하며 부정선거 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여러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국회의원 선거구제와 선출방식의 변경이며,
그 핵심은 한 선거구에서 3명을 기준으로 2-4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 지역구 후보와 지지정당에 따로 투표하는 1인 2투표제, 그리고
정수의 1/3인 90석을 전국 8개 권역에서 인구비례와 정당지지율에 따라
배분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다.
정치권에서는 이 새로운 제도에 대한 여권 지도부의 의지가 얼마나 확실한
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그런데 정치개혁특위가 열린 바로 그날 "DJT" 3인 지도부가 일련의 연쇄
접촉을 가진 끝에 "합당 논의에 앞서 국회의원 선거구제 변경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을 보면 단순한 협상 카드는 아닌 듯하다.
이 결정의 속사정이야 장삼이사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한다면 연합공천보다는 합당이 훨씬 유리한 총선
전략이다.
그러나 3인 선거구제를 채택한다면, 두 여당이 각자 뛰어 최대한 의석을
확보한 다음 다시 손잡는 쪽이 훨씬 낫다.
어떤 정당이든 혼자 과반수 의석을 차지할 수는 없는 제도인 탓이다.
"유일야당" 한나라당의 당론은 소선구제다.
그러나 야당 지도부의 속내도 분명하지는 않다.
우선 이회창 총재가 여권과 이 문제에 관해 대화하려는 태도를 보인 바 있고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 중선거구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각 당 국회의원과 원외 지구당 위원장들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는
데다 의석을 기준으로 볼 때 여야 3당의 득실관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선거구제를 택할 경우 세 당은 모두 영호남과 충청권 "지역거점"에서 의석
독점을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3등만 해도 당선되고 비례대표 의석도 있기 때문에 각 당은 소선구제
라면 "전멸"할 수밖에 없는 "적지"에서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이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수도권과 호남에서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충청권에서는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이, 영남과 강원도에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의석을
늘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 종국적으로 누가 더 큰 이득을 볼지는 알 수 없다.
이렇게 보면 중선거구제를 여권이,특히 국민회의가 의석을 늘이려는 정략
이라 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도대체 여권은 왜 중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추진하는
것일까?
큰 실리는 없지만 명분이 있기 때문이며, 김대통령이 이 명분에 집착하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여권의 명분은 이 제도의 "비교우위"에 근거를 둔 것이다.
첫째 "지역당 현상"이 누그러진다.
모든 정당이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하지만 전국에 의석을 가진 정당"이 될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둘째 정치권의 "진입장벽"이 낮아진다.
3등만 해도 당선자를 낼 수 있으면 새로운 정치세력이 더 쉽게 원내로
들어올 수 있다.
셋째 표의 등가성이 높아진다.
현재 4대1까지 차이가 나는 도농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대폭 완화되어 각
당의 의석 수가 유권자의 정당 지지도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제도도 완벽할 수 없는 만큼 부작용도 있을 것이다.
여야의 진지한 토론과 협상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한 합의안을 도출하기를
기대해 본다.
< 시사평론가 / 성공회대 겸임교수 denkmal@hite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