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은 끊임없이 변한다.

변화를 촉발하는 요인은 소득수준 기술개발 인구구성 미적안목이다.

이들 요인이 달라지면서 주거문화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주거문화는 어떻게 바뀌어 갈까.

다가오는 세기 주거문화의 테마는 환경친화 정보화 개성화로 압축된다.

주택건설업체나 공공기관의 주택연구소들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테마다.

이런 테마를 갖추지 못한 주택은 소비자에게 외면당한다.

21세기 주택의 테마는 미래형만은 아니다.

주택건설업체들이 이미 하나씩 시도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테마는 한국인의 삶의 양식변화를 근거로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소득수준 향상이다.

소득이 올라가면서 주택도 양적 팽창에서 질적 향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좀 비싸더라도 제대로 지은 집이 각광받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는 정보기술도 주택에 어김없이 적용되고 있다.

사무실에선 몇초 안에 접속되는 인터넷이 가정에선 느림보여야 할 이유가
없다.

가정에도 사무실과 같은 정보통신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통신인프라를 갖춘 주택으로 옮기자는 신세대들의 성화는 주택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기술 말고도 건설기술 첨단기기제작기술의 발달은 가정을 사무실에
버금가는 "스마트 홈"으로 만들고 있다.

기술 발달이 주택의 개념을 통째로 바꿔 놓고 있는 것이다.

인구구조 변화도 새로운 개념의 주택 탄생을 재촉하고 있다.

피라미드형 인구구조를 가진 나라와 중.장년층이 많은 항아리형 인구구조를
가진 국가의 주택양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이제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로 진입한 단계다.

작년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3백20만8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6.9%를 차지
했다.

내년엔 7.1%로 늘어날 전망이다.

7%를 넘으면 고령사회다.

지금 속도라면 2021년엔 노인인구 비중이 14%를 초과하게 된다.

그때가 되면 노인이 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으로 부상한다.

미래의 소비 주체인 노인계층을 겨냥한 주택 탄생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아파트분양가 자율화 역시 새로운 주거개념의 출현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1세기 주택의 테마인 환경친화 정보화 개성화는 어떤 모습으로 구체화될까.

먼저 환경친화는 자연보존 건강 공동체 형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단지 안에 나무나 꽃을 심는 조경적 차원을 넘어 자연친화적으로
바뀐다.

단지는 자연지형을 훼손하지 않도록 배치되고 지하주차장이 확대돼 녹지
공간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택 내부 마감재에 자연재료를 이용하거나
항균작용을 하는 자재를 사용하는 것도 일반화될 것이다.

설비 측면에서도 중앙정수처리시스템 자연환기시스템 등을 도입, 보다
깨끗한 물과 공기를 공급하게 된다.

공동체 개념의 도입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인간친화 측면에서 단지내 공유공간
설치가 확대된다.

정보화의 핵심은 멀티서비스 제공이다.

이는 단순히 초고속 광통신망을 설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광통신망이 하드웨어적인 요소라면 소프트웨어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아파트
가 늘어난다.

열선감지기 등 입주민의 안전을 배려하는 방재시스템이 도입되고 가사노동
시간을 줄이는 주택내 자동화시스템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개성화는 가변형주택 거주자참여주택 평면구성다양화 등으로 진전될 전망
이다.

최근 주택건설업체들은 같은 평형이라도 10가지 정도의 다른 평면을 마련해
놓고 수요자가 원하는 평면으로 시공해 주고 있다.

설계단계에서부터 수요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남과 다른 "나의 집"을 원하는 수요자들의 욕구 때문이다.

부엌에선 주방가구의 붙박이화(built-in) 경향이 뚜렷해진다.

화장실은 샤워 용변 파우더룸 드레스룸 등으로 분화되는 추세다.

21세기 주택은 "인간 중심"이란 키워드를 전제로 발전해 간다.

환경친화 정보화 개성화는 모두 인간중심 주택이란 큰 틀 안에서 움직여갈
것이다.

주택은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며 삶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 김호영 기자 hy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