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 중앙대 교수 / 경제학 >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0월12일로 창간 35주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지난주에는 창간 특집 기획기사들이 많이 실렸다.

12일자에는 한경 편집진과 대통령의 특별회견내용이 게재되었다.

14일자에는 세계적 간판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즈
편집국장들과 한경 편집국장의 인터넷 대담이 게재되었다.

한경의 국내외적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기사들이다.

편집국장들의 인터넷 대담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인터넷의 등장으로
신문업계는 커다란 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신속성이 요구되는 정보전달기능은 인터넷신문이 주로 담당할 것이다.

그렇다고 종이신문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고도의 분석능력이 요구되는 해설기사는 지금과 같이 종이신문의 몫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세계 유력 경제지들과 새천년의 경제주체의 대응방안
등 주요 경제주제에 대한 의견 교환은 매우 유용하다.

앞으로는 이같은 교류가 편집국장 이외에도 기자들간에도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한경에서는 새 천년을 맞아 기획 특집 "국가전략 다시 짜자"를 연재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포스트 기업구조개혁"이라는 주제아래에 특집기사들이 연재
되었다.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업조직의 변화, 5대
그룹의 변신현황, 정부의 기업정책, 기업지배구조 등에 관해 집중조명하였다.

또한 한경에서는 국내언론 사상처음으로 각 경제부처 간부들과 릴레이
정책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이에 따른 첫번째 모임인 재정경제부 정책간부들과 한경 기자들간의 경제
정책에 관한 집단토론내용이 15일자에 실렸다.

토론내용을 보면 현안사항인 대우채권, 투신부실 처리방안 등을 비롯한
금융시장 안정책이 논의되었다.

또한 내년도 경제성장에 관한 의견교환도 이루어졌다.

특히 재작년 이후 급속히 나타난 기업의 투자감소에 따른 경쟁력 약화에
관한 우려도 논의됐다.

한경측에서는 재벌의 선단식 경영체제 해체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재경부측에서는 재벌개혁은 핵심업종위주로 재편하여 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일반적인 답변밖에 없었다는 점이 아쉽다.

이와 관련하여 12일자 4면에 실린 "한국재벌해체 아직 이르다"는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캐나 교수와 페일루 교수의 공동기고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교수는 다른 개도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금융시장, 노동시장,
기술시장 등 소위 원활한 기업활동에 필요한 "소프트 인프라스트럭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재벌들이 그룹 내에 내부자금시장, 내부노동시장 등을
조성하여 시장기구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한국 재벌들이 신제품을 개발하여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었던 것은
그룹 내에서 조성된 저렴한 자금과 잘 훈련된 인력을 신규사업에 투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안 없는 재벌해체는 이러한 내부시장들을 와해시켜 신규투자를
어렵게 하고 결국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재벌해체와 병행하여 우리 경제에는 효율적인 금융시장과 노동시장
등이 조속히 형성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의 소트트 인프라스트럭처 개발에는 적어도 5년 내지
10년은 걸린다는 점이다.

이같은 지적은 상당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정부의 제일 중요한 역할은 시장기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고쳐나가는 것이다.

정부는 경영의 투명성, 신뢰성 있는 회계제도 및 공정거래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노동관계법을 개정하고
산업 및 금융부문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간여를 자제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등한시하고 직접적인 재벌개혁만 고집한다면 위의 두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경제는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 신문들은 기사내용이 모두 비슷하여 그 신문이 그 신문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특히 정부경제정책의 경우 관련부처의 브리핑내용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도하여 이러한 현상이 자주 생긴다.

지난주에도 대우채권손실부담 문제를 놓고 재경부와 금융감독원의 견해가
달랐다.

재경부와 금감원은 투신사와 증권회사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나 누가 더 큰 부담을 져야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재경부에서는 투신사가 자산운용을 잘못했으므로 투신사와 대주주들이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수익증권 판매를 대행한 증권사가 수익증권 운용에 상당히
간섭한 관계로 거래 수수료 분담비율만큼 손실책임도 분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경우 증권사에 훨씬 큰 부담이 돌아가게 된다.

한경은 입체적 취재를 통해 9일자 1면 머릿기사로 "대우 채권 손실처리
혼선"이라고 보도했다.

재경부의 입장만을 그대로 보도한 다른 언론과는 달리 크게 대비된다.

그 이후 모든 언론에서 대우채권 처리에 관한 정부부처 간의 혼선이 쟁점화
되었다.

이와 관련된 한경의 보도는 세계적인 경제지로서의 수준에 맞게 정확한
정보와 예리한 판단으로 독자를 올바로 이끌어 준 단적인 예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