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지난 14일 증시과열을
경고한 것은 버블경기를 연착륙시키려는 "의도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버블이 꺼질때 증시가 대폭락하는 사태가 나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투자열기
를 식히기 위한 예방조치인 셈이다.

그린스펀은 미 통화감독청(OCC)이 주최한 한 회의에 참석,"최근 주가상승은
투자자와 대출자 모두에게 위험하다"며 증시의 투자과열 현상을 경고했다.

이에 시장은 즉각 반응, 다음날(15일) 다우지수가 한때 10,000선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사실 증시과열을 지적하는 그린스펀의 발언과 이에따른 주가 하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린스펀은 올들어서만 7회에 걸쳐 인플레 우려와 금리인상을 언급해 왔고
그때마다 증시는 0.1~2%대의 하락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증시는 일시적으로 하락한 후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 96년말 그린스펀이 미 증시를 처음으로 "비정상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현상"이라고 지적한후 3년동안 다우지수는 55.7% 뛰어올랐다.

나스닥은 1백10.1%나 상승했다.

주가가 과대평가됐다고 잇따라 경고하고 있는 그린스펀 발언의 배경은
다우지수가 11,000대를 나타냈던 지난 5월에 나온 FRB의 내부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FRB는 주가수익배율(PER)을 기초로 산출한 주식기대수익률과 채권
수익률(10년만기 기준)을 비교해 미 증시는 39% 과대평가돼 있다고 분석
했었다.

다우지수로 따져 7,000대 정도가 적정수준이라는 이야기다.

FRB가 미국 경제 자체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그동안의 상승폭이 너무 컸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