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미국증시 경계경보"가 내려졌다.

미국의 다우존스지수가 하락세를 지속해 10,000포인트를 밑돌 경우 내부
호재를 바탕으로 900선 돌파를 시도하던 국내 증시가 다시 조정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의 주가하락은 특히 외국인이 국내주식을 매각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향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경민 SEI에셋코리아자산운용 상무는 "미국주식시장의 대세상승기가 마무리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상무는 이어 "미국주가가 10,000포인트 밑으로 떨어질 경우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증시도 크게 흔들리고 한국주가도 하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이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작년5월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폐지되면서 커져 왔다.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주식의 싯가총액은 62조원선으로 전체의 21%에
달한다.

외국인이 사면 주가가 오르고,외국인이 팔면 주가가 떨어지는 "외제주가"
현상이 두드러졌다.

미국시장이 흔들리면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팔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타이거펀드가 SK텔레콤 등을 모두 처분, 10억달러 이상을 빼간
것처럼 뮤추얼펀드 등은 미국내 투자자들의 환매요청에 응하기 위해 한국
주식을 내다팔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길영 ING베어링증권 이사는 "종합주가지수가 850선을 넘어선 이후 외국인
의 매수강도가 크게 떨어지고 일부에서는 매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며 "미국증시가 불안해질수록 매도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주가하락으로 국제투자자금이 미국에서 이탈될 경우 미국주가는
추가하락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긍정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주가가 떨어질 경우 상대적으로 주가상승여력이 많은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쪽으로 국제투자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 14일 뉴욕증시에서 포항제철 한국전력 SK텔레콤 한국통신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DR(주식예탁증서) 가격이 급등한 것이 이런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강인호 한빛은행 단위형금전신탁과장은 "현대전자가 최근 1억달러 규모의
해외DR를 할인하지 않고 발행한 것은 한국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할 경우 미국주가가 하락하더라도
한국증시는 홀로서기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