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음료를 인수하기로 했던 클라리온캐피털이 약속한 기한내에 계약금을
입금시키지 않아 채권단과 체결한 해태음료 인수계약이 파기됐다.

해태음료는 제일제당과의 매각협상 실패를 포함, 올들어 두차례나 매각협상
이 무산돼 경영정상화가 지연될 전망이다.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은 18일 홍콩계 투자펀드인 클라리온캐피털이 계약금
2천만달러를 입금하지 않아 15일 계약파기를 정식 통고했다고 밝혔다.

조흥은행은 계약위반에 따른 이자손실 등에 대한 손해배상을 클라리온캐피털
에 청구할 방침이다.

클라리온캐피털은 지난달 29일 해태음료를 3천89억원에 인수하기로 채권단
과 매매 계약서를 작성, 계약금 2천만달러를 5영업일 이내에 지급하기로
했으나 돈을 입금시키지 않았다.

조흥은행은 계약이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1주일간 시간을 더 준다는
조항에 따라 계약금 납입시한을 연장해 줬으나 마감일까지 입금시키지 않아
계약파기를 선언했다.

조흥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회사를 인수하려 했던
클라리언캐피털이 인수자금 전액을 조달하는데 실패해 인수를 포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태음료는 지난 97년 11월 해태그룹 부도이후 채권단의 부채구조조정을
통한 독자회생과 제3자 매각이 추진됐으나 모두 무산됐다.

지난 상반기에는 채권단이 제일제당과 해태음료 매매양해각서(MOU)까지
체결하기도 했으나 인수가격이 맞지 않아 매매협상이 실패했다.

해태음료는 이번 클라리온캐피털과의 계약파기로 또다시 인수자 선정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처지다.

금융계 일부에서는 채권단이 원매자의 자금동원능력이나 인수후 경영능력
등을 세밀하게 검증하지 않고 성급하게 계약을 체결해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대해 해태음료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 관계자는 "매각주간사 업무를
외국증권사인 슈로더에 위임했기 때문에 응찰업체에 대한 자격을 심사하는
책임도 일차적으로는 슈로더에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응찰가격을 두번째로
높게 써낸 업체와 매매협상을 벌여 나가는 방법 밖에 없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그러나 2위 응찰업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