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판매기 시장에 갖가지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커피, 청량음료 자판기 일색이던 이 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것은
스티커 사진자판기.

지난해 일본에서 들어온 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스티커 사진자판기 이후
톡톡 튀는 자판기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최근엔 인터넷에 연결한 자판기까지 등장했다.

음료 자판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벤처기업들이 다양한 자판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왜 아이디어 자판기인가 =생존하기 위해서다.

최근 몇년새 자판기 시장은 침체에 빠져 있다.

94년에 7만7천6백여대가 팔린 것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연간 내수시장 규모가 97년에 1천8백90억원으로 사상최고
였으나 작년에는 IMF한파 탓에 1천6백40억원으로 13.3% 위축됐다.

자판기 시장을 주도해온 음료자판기가 포화단계에 접어든 것도 시장위축을
재촉했다.

작년에 빅히트를 친 스티커자판기마저 올들어 학생들로부터 외면당하면서
개점휴업 상태인 업체들이 늘고 있다.

"작년에 30여개사에 달하던 스티커사진자판기 생산업체가 5~6개사로 줄었다"
(한국자판기공업협회 관계자).

<>대박을 터뜨릴 자판기는 =자판기 시장에서 스티커자판기처럼 단기간내
대박을 터뜨린 경우는 없었다.

스티커자판기는 시장 진출 2년째인 지난해 5천대 넘게 보급되며 4백억원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를 이을 자판기를 내놓기 위한 업계의 아이디어 경쟁이 불붙은 상태다.

우선 음악자판기가 눈에 띈다.

과거엔 쥬크박스가 있었다.

히트정보는 여기에 두루넷의 케이블망을 결합한 사이버음악자판기를 최근
내놓았다.

인터넷 서버에 저장되는 수많은 곡 가운데 원하는 곡을 골라 감상할 수 있는
주문형오디오(AOD) 장치인 것이다.

LG산전과 두인전자가 공동으로 사업을 펼칠 음악자판기도 인터넷에
연결하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이 자판기는 원하는 곡을 테이프에 담아주는 게 다르다.

10곡을 3분30초만에 녹음하는 고속녹음기술 덕분이었다.

테이프 대신 CD에 원하는 곡을 담아주는 자판기도 최근에 대기업에 의해
선보였으나 오랜시간이 걸리는 탓에 인기를 끌지 못했다.

미디컴이 최근 보급에 나선 동영상자판기는 노래방기기를 자판기화한 것.

노래를 부르는 동안 자신의 모습과 미리 저장돼 있는 이미지들이 배경
그림으로 만들어진다.

노래를 마치면 자동편집된 동영상이 비디오 테이프나 시디롬으로 만들어져
나온다.

한국파워비디오24의 비디오 자동대여기도 아이디어 자판기.

한번에 3백20개의 비디오를 꼽을 수 있다.

휴대폰 사용자가 2천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막강 소비세력으로 부상하면서
이들을 겨냥한 자판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RS시스템이 최근 개발한 휴대폰 충전자판기가 대표적이다.

로손편의점과 숙박업소 등에 5백여대를 보급했다.

휴대폰 스티커 사진자판기는 액세서리 붐을 노린 것.

초상화까지 그려주는 대동인터내쇼날의 자판기도 눈길을 끈다.

희노애락중 원하는 스타일로 초상화를 그려준다.

고호 르노와르 등 화가들의 화풍도 초상화에 담을 수 있다.

작년에 첫선을 보인 공중전화.음료판매 복합형은 40억원 시장을 형성,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구두를 닦아주는 자판기, 양치질 할 가그린를 내주는 자판기, 다 쓴 건전지
를 재충전하는 자판기 등도 작년에 처음 등장한 히트예감 상품들이다.

최근 21C산업이 내놓은 쇼자판기도 눈길을 끈다.

동전을 넣으면 껌을 실은 모형비행기가 움직이는 쇼를 보여준 뒤 껌을
내준다.

LG산전은 올초 사주팔자와 궁합 손금풀이 등을 볼 수 있는 자판기를
선보였다.

이외에도 쎈텍코리아의 음주측정자판기를 비롯 골프연습기, 코인 비데기 등
자판기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해지고 있다.


<>전망 =전통적인 음료 자판기 시장에서는 막강한 자본력과 AS망을 갖춘
대기업이 흐름을 주도했다.

LG산전과 삼성전자가 전체시장의 65%를 장악하고 있는 것도 아직은 아이디어
자판기의 비중이 낮기 때문이다.

작년에 팔린 6만2천여대중 커피 등 음료 관련 자판기가 60%를 넘는다.

그러나 음료자판기가 정체되는 반면 아이디어 자판기 시장은 성장세를 탈
전망이어서 중소.벤처기업이 우위에 설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 등의 확산으로 통신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를 활용한 갖가지 네트워크형 자판기가 잇따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전산화도 자판기 시장확대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는 내년 10월부터 민원서류 자판기를 운영키로 했다.

전국의 2백32개 시.군.구에 보급되는 이 자판기는 적지않은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부는 내년에 일반인들이 자신의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우표를
제작해 구입할 수 있는 자판기를 보급할 계획이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