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수치를 표로 봤을때 찾아내지 못했던 연관관계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하학이란 바로 복잡한 문제를
그림을 이용해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인간의 두뇌뿐 아니라 시각적 능력까지
동원되기 때문에 훨씬 쉽게 문제를 풀수 있습니다"

고등과학원의 황준묵(36) 교수는 기하학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수학자다.

그의 전공분야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복소다양체"(복소수를 써서 좌표를
줄수 있는 공간).

복소수는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숫자를 말한다.

복소다양체는 19세기 중반에 처음 등장해 당시 수학자들을 괴롭히던 다양한
함수의 적분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론적 틀을 제공했다.

복소다양체는 정수가 아닌 복소수를 이용한 기하학이기 때문에 훨씬 난해
하고 이론적인 느낌이 든다.

그러나 황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실수는 복소수의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에 복소수를 이용한 기하학이 현실의
많은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 해결된 "페르마의 정리"를 해결하는데도 복소기하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수에 관한 문제인데도 해결의 단서를 제공한 것은 타원곡선이라는 복소
다양체였다.

현재 복소다양체는 4차원 이상에서 어떤 성질을 갖고 있는지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황교수는 복소다양체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로 추측되는 파노다양체
(Fano Manifold)의 구조를 밝힐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미 파노다양체의 특수한 경우인 대칭공간에 관한 수학적 과제를 몇가지
해결하는 성과도 거뒀다.

"수학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습니다.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도 있지난 그렇지 않는 쪽도 있죠. 그러나 수학이 현실에 유용하게
접목되는 것은 예기치 못한 분야에서 등장하곤 합니다"

그는 "수학 문제의 해결이 부수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며 "과거에 제기된 문제를 풀고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는 수학자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 바로 현실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황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96년 서울대 수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나 "연구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지난
9월 고등과학원으로 옮겼다.

< 김태완 기자 tw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