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전문경영자는 필요조건 .. 조동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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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성 < 서울대 교수 / 국제지역원장 >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Firm)은 17세기초
네덜란드 국왕이 항해기술을 가진 선장과 자본을 가진 상인에게 피르마
(Firma)라는 이름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한 데서 시작했다고 한다.
선장은 상인이 내놓은 자본으로 배를 구하고 승무원을 모아서 각종 향료와
금은보화가 있는 인도로 항해를 했다.
선장은 생명을 무릅쓴 항해에서 성공을 하면 여기에서 얻은 이익을 상인과
반씩 나누었고, 실패하면 불귀의 객이 되었다.
피르마에 항해기술을 내놓은 선장은 무한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자의 원형이
되었고, 자본을 내놓은 상인은 유한책임을 지는 주주의 원형이 되었다.
이러한 기업의 유래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은 전문경영자와 주주로 구성된
조직이다.
그러나 한국기업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창업자 또는 그 가족인 대주주가
무한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자를 겸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무한책임 때문에 지난 2년간 경제위기 속에서 소위
"오너"라고 불리는 대주주 경영자 중 상당수가 경영상의 잘못으로 야기된
기업 부실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개인재산을 내놓거나 경영권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섰고, 경우에 따라서는 구속과 같은 신체상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같이 전문경영자의 길은 험난하다.
반면에 주주는 출자한 자본 범위내에서만 책임을 지는 편한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자청해서 주주와
전문경영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왔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이들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상인이 아니라 선장이었던 경우도 있고
타고난 기업가정신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여 성공에서 오는 황홀한
기쁨을 선호하는 경영자도 있다.
때로는 대주주가 전문경영자 역할을 담당하는 데서 얻을 수 있는 왜곡된
이익을 탐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을 사는 기업인들이 꼭 알아야 할 전문용어 중에 "기업지배구조"
(Corporate Governance System)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주주와 전문 경영자간에 맺어진 계약을 뜻하는데 전문 경영자가
주주에게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시스템
이라고 보면 된다.
그 유래는 전문경영자가 주주를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해서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채택하기 시작한 사외이사제도,
소액주주의 권한강화, 적대적 흡수합병 허용 등에서 비롯한다.
한국에서도 이번 경제위기가 외환부족이 아니라 잘못된 기업지배구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려면
기업지배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최근 정부는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를 만들어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도록 하였다.
미국이 자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0여년전에 도입한
기업지배구조를 이제는 한국이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기업과 미국기업간에는 근본적으로 차이점이 있다.
미국기업에서는 일반주주와 주식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은 전문경영자간의
이해상충에서 오는 피해, 즉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이 주된 과제였다.
반면 한국기업에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창업자나 그 가족인 대주주가
전문경영자 역할을 겸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같이 대주주와 전문경영자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미국에서와 같은
대리인 비용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 대신 대주주인 전문경영자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무시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고 여기에서 미국에서 보는 것과는 또다른 대리인 비용 문제가 발생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미국에서 보는 전문경영자의 전횡을 막는 지배구조가
아니라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지배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예컨대 사외이사제도는 전문경영자의 전횡을 막는데는 효과적이지만 대주주
경영자의 전횡을 막는 데는 별로 효과가 없다.
그보다는 대주주가 전문경영자 역할을 겸하는 경우 대주주가 지는 유한책임
과 전문경영자가 지는 무한책임을 동시에 진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법과
제도가 확립되고 지켜져야 한다.
만일 대주주가 무한책임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전문경영자 역할을 담당
하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은 당연히 대주주로부터 무한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자로
넘어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종합해 볼 때 한국기업의 선결과제는 유한책임만을 지는
주주와 무한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자를 분리하여 기업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대주주도 얼마든지 전문경영자가 되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이때에는 대주주경영자가 경영권과 함께 경영의 책임, 즉 기업이
잘못되는 데 대해서도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전문경영자들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선진국을 향한 순양함
"한국호"의 선장역할을 멋지게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9일자 ).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Firm)은 17세기초
네덜란드 국왕이 항해기술을 가진 선장과 자본을 가진 상인에게 피르마
(Firma)라는 이름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한 데서 시작했다고 한다.
선장은 상인이 내놓은 자본으로 배를 구하고 승무원을 모아서 각종 향료와
금은보화가 있는 인도로 항해를 했다.
선장은 생명을 무릅쓴 항해에서 성공을 하면 여기에서 얻은 이익을 상인과
반씩 나누었고, 실패하면 불귀의 객이 되었다.
피르마에 항해기술을 내놓은 선장은 무한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자의 원형이
되었고, 자본을 내놓은 상인은 유한책임을 지는 주주의 원형이 되었다.
이러한 기업의 유래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은 전문경영자와 주주로 구성된
조직이다.
그러나 한국기업을 들여다 보면 대부분 창업자 또는 그 가족인 대주주가
무한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자를 겸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무한책임 때문에 지난 2년간 경제위기 속에서 소위
"오너"라고 불리는 대주주 경영자 중 상당수가 경영상의 잘못으로 야기된
기업 부실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개인재산을 내놓거나 경영권을 포기하고
뒤로 물러섰고, 경우에 따라서는 구속과 같은 신체상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이같이 전문경영자의 길은 험난하다.
반면에 주주는 출자한 자본 범위내에서만 책임을 지는 편한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창업가들이 자청해서 주주와
전문경영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왔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이들이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상인이 아니라 선장이었던 경우도 있고
타고난 기업가정신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여 성공에서 오는 황홀한
기쁨을 선호하는 경영자도 있다.
때로는 대주주가 전문경영자 역할을 담당하는 데서 얻을 수 있는 왜곡된
이익을 탐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을 사는 기업인들이 꼭 알아야 할 전문용어 중에 "기업지배구조"
(Corporate Governance System)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주주와 전문 경영자간에 맺어진 계약을 뜻하는데 전문 경영자가
주주에게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시스템
이라고 보면 된다.
그 유래는 전문경영자가 주주를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해서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채택하기 시작한 사외이사제도,
소액주주의 권한강화, 적대적 흡수합병 허용 등에서 비롯한다.
한국에서도 이번 경제위기가 외환부족이 아니라 잘못된 기업지배구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한국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려면
기업지배구조를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최근 정부는 기업지배구조개선위원회를 만들어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도록 하였다.
미국이 자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10여년전에 도입한
기업지배구조를 이제는 한국이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기업과 미국기업간에는 근본적으로 차이점이 있다.
미국기업에서는 일반주주와 주식을 별로 가지고 있지 않은 전문경영자간의
이해상충에서 오는 피해, 즉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이 주된 과제였다.
반면 한국기업에서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창업자나 그 가족인 대주주가
전문경영자 역할을 겸하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같이 대주주와 전문경영자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미국에서와 같은
대리인 비용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 대신 대주주인 전문경영자가 소액주주의 권익을 무시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고 여기에서 미국에서 보는 것과는 또다른 대리인 비용 문제가 발생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미국에서 보는 전문경영자의 전횡을 막는 지배구조가
아니라 경영권을 가진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지배구조를 도입해야 한다.
예컨대 사외이사제도는 전문경영자의 전횡을 막는데는 효과적이지만 대주주
경영자의 전횡을 막는 데는 별로 효과가 없다.
그보다는 대주주가 전문경영자 역할을 겸하는 경우 대주주가 지는 유한책임
과 전문경영자가 지는 무한책임을 동시에 진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법과
제도가 확립되고 지켜져야 한다.
만일 대주주가 무한책임을 원하지 않는 경우에는 전문경영자 역할을 담당
하지 말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은 당연히 대주주로부터 무한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자로
넘어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종합해 볼 때 한국기업의 선결과제는 유한책임만을 지는
주주와 무한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자를 분리하여 기업의 원형을 회복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대주주도 얼마든지 전문경영자가 되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이때에는 대주주경영자가 경영권과 함께 경영의 책임, 즉 기업이
잘못되는 데 대해서도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앞으로 전문경영자들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면서 선진국을 향한 순양함
"한국호"의 선장역할을 멋지게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