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 미국 FRB 의장 >

세계는 그동안 Y2K(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쏟아부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자원을 더 투입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기업과 정부기관들이 곧 Y2K대비를 완료할 것임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반 국민들도 Y2K 대비상황에 안심하면서 대재앙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역사적으로 Y2K문제의 결과를 짐작해 볼만한 사건은 없다.

그러나 2000년 1월1일에 모든 컴퓨터시스템이 다른 날보다 더 잘 가동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최악의 경우 컴퓨터시스템이 멈출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 경험으로 미뤄 볼 때 시스템 정지의 영향이 너무나 엄청나
세계경제 전체를 무너뜨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만일 시스템이 정지할 경우에는 기업들은 놀라울 만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적응할 것이라는 사실을 과거 역사를 통해 충분히 유추해 낼 수 있다.

기업들은 위기가 닥치면 기업활동을 재개시키기 위해 노동과 자본을 신속
하게 재배치할 것이다.

경영자들은 위기대처능력이 약하면 매출이 줄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자유경쟁체제에서는 기업들이 심각한 기술적 문제로부터 빨리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의 유무는 기업 존폐와 직결된다.

미국은 이같은 위기상황을 잘 극복해낼 수 있는 훈련된 노동력을 갖고 있다.

탁월한 해결책들은 기업 임원들에게서도 나오지만 일선 현장의 엔지니어와
근로자들로부터 나올 때가 더 많다.

내년 1월1일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지만 만약
문제가 생기면 우리사회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준비가 얼마만큼 됐는지 우리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3년전까지는 선견지명을 갖고 있는 대형 조직들만 대응체제를 갖췄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기업들과 정부기관들이 Y2K테스트를 마치고 응급
대비책을 마련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 나가고 있다.

대비가 늦은 곳들도 연말까지는 모든 준비를 마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Y2K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았더라면 차라리 더 좋았을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공론화되지 않았다면 지난 2년간 이뤄진 대비책은 형편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채 일부 사실만 유포됐더라면
과잉반응을 낳을 위험이 있다.

지나친 반응은 경제에 부담을 줄수 있다.

대기업들은 지금 납품업체들은 물론 사회간접자본의 준비상황까지 체크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검사에 기초해 연말에 재고수준을 얼마로 유지할지 결정할
것이다.

앞으로 남은 2개월동안 총체적 준비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또
시기적절한 정보공개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연말쯤이면 기업들도 더 정확한 정보를 갖고 어떤 조치를 취할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기업들중 일부만 만일의 위험에 대비해 재고를 늘린다면 그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정상수준을 넘는 재고를 확보하려 든다면 세계경제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각종 생산요소 부족으로 인해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어날 수 있다.

지금 금융부문에선 투자자나 채무자 모두 유동자산을 확보해 연말에는
시장에 나서지 않으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는 현찰 증가와 회사채 금리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말로 갈수록 이같은 추세는 두드러질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현 4.4분기에 자본시장이 얼어붙을 것을 우려,
사채 발행을 서둘렀다.

Y2K문제와 관련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소비자들의 불확실한 반응이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일부 가정은 음식과 물 연료 현금등을 대량
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차분하게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어떠한 돌발상황도 가정해야 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로서는 혹
발생할지 모를 은행예금 인출사태에 대비, 통화공급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예금인출사태는 미미할 것으로 확신한다.

돈을 가장 안전하게 둘 수 있는 곳은 바로 은행이라는 사실을 소비자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Y2K는 전례없는 사건인데다 무척 복잡한 문제라 뭔가 큰 일이 생길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테스트 결과를 보면 컴퓨터 오작동으로 재앙이 발생할 가능성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다.

관심이 집중되고 루머가 버섯처럼 생겨날수록 실제로 밝혀진 것과 소문과는
큰 차이가 있다.

언론과 Y2K전문가들은 실상을 정확히 알려 국민들을 잘못된 Y2K불안감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 정리=김용준 기자 dialect@ >

-----------------------------------------------------------------------

<>이 글은 앨런 그린스펀 미국 FRB 의장이 지난 15일 내셔널 아메리칸
이탈리안재단에서 한 연설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