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핀란드기업 간에는 협력할 분야가 많다. 특히 기존의 시베리아횡단
철도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 서로에게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지난 90년대초 경제위기를 겪었던 핀란드의 파보 리포넨 핀란드 총리는
한국의 위기극복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과 핀란드의 경제협력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뉴라운드협상에서 양국이 공조체제를 갖출 부문이 적지 않다"며
한.핀란드의 우호증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동안 유럽연합(EU) 의장국의 지도자로서 EU정상회담 등 EU의
주요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리포넨 핀란드 총리를 헬싱키의 케사란타 총리관저
에서 최근 만났다.


-핀란드는 90년대 초반 갑작스런 경제위기를 맞았다.

당시 위기의 원인은 무엇이었나.

"80년대 후반 과도한 투자붐과 투기 열풍은 경기를 과열시켰다.

90년대 초반 과잉외채로 인한 외환위기를 겪은 핀란드 경제는 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큰 후유증을 겪게 됐다.

게다가 유럽전체 경제도 불경기여서 대유럽 수출이 줄고 핀란드 마르카화는
평가절하됐다.

당시만 해도 핀란드 수출의 20%를 차지하던 소련의 해체는 우리 경제에
더욱 치명적이었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했나.

"정부는 대외 신인도 회복을 위기극복 정책과제로 정하고 먼저 금융구조
개혁을 실시했다.

또한 실업자 보호 및 금융계 구조개편 기금 마련을 위해 세율을 올리고
정부지출을 늘렸다.

그리고 인플레 없는 경기진작법도 모색했다.

국내기업의 대외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시장개방책을 선택했다.

수출 상품 다양화와 교역국의 다변화도 꾀했다.


-산업구조 개편 작업도 진행됐는가.

"핀란드의 전통적 산업은 목재.제지 금속기계 분야였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하이테크산업을 집중 육성해 전자및 정보통신산업을
발전시켰다.

또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투자를 대폭 늘렸다.

그래서 노키아와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할수 있었다.

특성에 따라 대학과 기업을 연결하는 산합협력체제도 구축했다.

이는 중소기업의 기술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

-94년에 18%까지 올라 갔던 실업률이 2년전부터 낮아지고 있는데 특별한
대책이라도 있는지.

"실업률이 떨어지게 된 것은 경제성장 덕택이다.

지난해에 5%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이 올해는 6% 내외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실업자를 흡수한 것도 주효했다.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직업훈련 프로그램도 많이 마련했다.

노조의 역할도 크다.

노사정 합의는 현명한 결정이었으며 노조는 경제회복에 긍적적이고 건설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냉전 시대에 정치적 중립을 표방했던 핀란드는 95년 EU에 가입했다.

또 주변국들과는 달리 유로화를 택했다.

이같은 핀란드의 정치.경제 정책 변화는 상당히 놀랍다.

"핀란드의 EU가입은 갑작스러운게 아니라 점진적이고 논리적으로 이뤄졌다.

비록 중립정치를 표방하기는 했지만 이는 서방세계와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유럽국가로서 유럽의 미래를 결정하는 협상 테이블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유로화를 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한국과 핀란드의 바람직한 협력 방향은.

"핀란드의 위기극복책을 한국에 전해 주고 싶다.

한국기업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크다고 본다.

특히 시베리아 횡단 철도 운송부분에서 협력 가능성이 많다.

러시아를 관통하는 기존 철도를 좀 더 효과적으로 개발하면 한국은 핀란드를
유럽수출 관문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유럽이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협상에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할 것도 제의한다."

-시간을 내줘 감사하다.

"한국경제신문 창간 35주년을 축하한다.

한경 35년사는 한국경제발전사와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신문이 전하는 정보가 정책결정자와 비지니스맨들에게 필수적이라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다양하고 유용한 정보로 사회발전을 이끄는 신문이 되길 바란다."

< 헬싱키=강혜구 특파원hyeku@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