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8일 상임위별로 소관부처와 산하단체에 대한 감사를 끝으로 20일
간에 걸친 국정감사 일정을 모두 마쳤다.

15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이번 국감은 뉴밀레니엄을 눈앞에 둔 20세기 마지막
국감이라는 점에서 여야간 정책대결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국감초반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의 구속에 따른 "언론탄압"시비와
도.감청의혹 등이 정치 쟁점으로 비화되면서 소모적 정치공방에 치중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의원들의 준비소홀과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답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의원들의 ''폭로주의'' 등도 관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따.

국정감사 사상 처음으로 시민단체가 모니터 작업에 나섰으나 건교위 법사위
보건복지위 등 대다수 상임위에서 방청을 불허해 논란도 빚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무 재경경제 산업자원 건설교통 등 주요 경제 상임위에서
는 여야 의원들이 정부정책의 난맥상을 날카롭게 추궁, 그동안 숨겨진 사실
들을 밝혀내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 새로 밝혀진 사실 =정무위는 금융기관 및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지분 위장분산 의혹및 투신사들의 대우채권 부당편출입 등의
의혹을 규명했다.

먼저 투신사들이 기관펀드에 들어있는 대우채권을 대부분 개인펀드에 옮겨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를 조장한 낸 점을 적발, 금감위가 시정조치를 내리는
성과를 거뒀다.

골드뱅크 주가조작 의혹과 금감위가 이를 축소은폐하려 했던 의혹도 제기돼
관련당국의 ''재조사'' 약속을 얻어냈다.

이와함께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건설업체와 감리업체가 모두 삼성의 위장
계열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삼성 LG 등 대기업의 데이콤지분 위장분산의혹도 제기해 정부가 재조사키로
했다.

재정경제위원회 국감에서는 투신사가 보유중인 국공채와 통화안정증권
규모가 11월중 예상되는 환매액을 훨씬 밑도는 25조원에 불과하다며 "금융
대란설"의 근거를 제시했다.

또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투입된 공적자금 64조원 가운데 회수율이 0.2%에
불과한 것으로 지적됐다.

수출입은행 국감에선 현대가 추진중인 금강산 개발및 9개 남북협력사업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할 방침이란 답변도 얻어냈다.

산업자원위에선 전력.가스산업 구조개편을 정부안대로 추진했을 경우 전기.
가스요금이 폭등할 것이란 사실이 드러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기업민영화와 관련, 한전 포철 한국중공업 가스공사의 경영권이 국내
대기업 또는 외국인 등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새로 밝혀진 사실이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원전설비 주공급업체인 한국중공업이 민영화
될 경우 북한에 한국형 경수로 원전을 세우려한 KEDO사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새로 나왔다.

이밖에 캐나다형 중수로 원전인 캔두(CANDU)형 원전의 구조적 결함을 한전이
미리 감지하고 봉길지역에 캔두형 원전을 세우려던 계획을 유보했다는 내부
보고서도 공개됐다.

건교위에선 고속철도의 객차가 불편하게 설계돼있고 조망권이 크게 제한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건교부 산하기관의 부채가 36조원에 달하고 설계변경으로 3조원 이상을
낭비하는 등 방만한 경영 실태가 적나라하게 노출되기도 했다.

이밖에 농림해양수산위에선 농민들이 농협으로부터 빌린돈을 연말까지 갚기
위해 매년 총 9백억원의 연체이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정부측 답변을 끌어낸 것 =정무위에선 데이콤 지분의 위장분산 의혹과
관련, LG뿐 아니라 현대 삼성등 대그룹의 관련 혐의도 조사하겠다는 답변을
금감위로부터 받아냈다.

또 자동차 책임보험과 종합보험을 통합하겠다는 답변을 얻어낸 것도 수확
이다.

재정경제위의 국세청 국감에선 ''보광 한진보다 부실의 정도가 심한 대우그룹
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끈질긴 추궁에 밀려
안정남 국세청장이 "대우그룹에도 문제가 있다면 세무조사를 실시할 것"이라
고 약속했다.

"새마을금고 및 신협에 대해서는 대우채권 환매제한 조치를 완화하겠다"는
답변을 이헌재 금감위원장으로부터 얻어낸 것도 서민층 입장에서 보면 상당한
성과임에 틀림없다.

< 김형배 기자 khb@ >

[ 국정감사 성과 ]

<>정무위 - 투신사들의 대우채권 부당편출입
- 골드뱅크 주가조작과 금감원의 축소은폐의혹 재조사
- 대기업 데이콤지분 위장분산의혹 재조사

<>재경위 - 투신사보유 국공채 25조원 규모 불과
- 공적자금 회수율 0.2% 불과
- 현대 금강산사업 등 남북협력기금서 지원

<>산자위 - 봉길지역 캔두형 원전계획 유보
- 주요공기업 경영권 삼성 현대 등 4대그룹 및 외국인에 넘어갈
가능성
- 한중민영화시 KEDO사업 차질 가능성

<>건교위 - 고속철 객차 불편하게 설계
- 건교부 산하기관 부채 36조원, 설계변경으로 3조원 낭비

<>농해수위 - 농가부채 상환위해 매년 9백억원 연체이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