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철 < 남서울병원장 >

얼마전 모 은행 지점장이 자살했다는 가슴 아픈 보도가 있었다.

"은행만을 위해 일하다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미안하다. 하지만 아빠는
최선을 다했다. 바보같은 아빠의 삶을 살지 마라"는 유언도 남겼다고 한다.

자세한 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과중한 업무부담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다는 후문이다.

직장 상사와의 갈등도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최근엔 불면증과 위장병에 시달리고 자살전엔 손아래 동서에게 "감시 당하는
느낌이다. 주위 사람들이 질시하는 것 같다"며 호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피해의식이 매우 심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스트레스의 과부하가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가 하는 것을 실감케 하는
사례다.

직장에 몸담고 있으면 누구나 성공하고 인정받고 싶다.

회사가 원하는 인간으로 "과잉적응" 하려는 유형의 인성이 자연히 발달하게
된다.

아이아코카와 같은 소위 "타입 A형"의 사람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느긋하고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B형의 인간과는 다르다.

매사에 완벽을 기하고 경쟁적이다.

조급증과 일에 대한 과욕으로 휴식이 없고 가족들에 대한 시간 배려도 거의
없다.

본래 그렇지 않은 사람도 무한 경쟁을 유도하는 회사분위기에 휩쓸려 자기도
모르게 변해간다.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 낸 성격인 셈이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선 몇가지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먼저 인간관계를 중시하자.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에서 상대 감정을 읽고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
하는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다.

심신의 긴장을 주기적으로 풀어주는게 현명하다.

가족들과 가급적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정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면 직업을 바꾸는 용기도 필요하다.

결국 삶은 나 자신을 위해 사는 것이다.

회사를 위해 희생시키기엔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