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가들의 성공 비결중 하나로 반드시 꼽히는 게 뛰어난 홍보.마케팅
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어도 자기 회사를 잘 포장해 외부에 적극적
으로 알리지 않고는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처기업가들중에는 의외로 홍보의 귀재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친화력도 강해 대외활동이나 인간관계가 폭넓은 게 특징이다.

언론을 활용할줄도 안다.

실력도 있으면서 그럴듯하게 치장도 잘하는 "포장형" 인물들이다.

골드뱅크의 김진호(32) 회장은 자기포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물이다.

골드뱅크의 명성은 김 사장의 포장력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후 한동안 정치판에 몸담아서인지 화술에서는
그를 당할 자가 없을 정도.

냉철한 기자들까지도 술자리에서 그의 얘기를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고 한다.

김 사장은 논리에도 밝아 논쟁에서 남에게 진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인터넷주 버블 논란이 한창일 때 언론사에서는 대표적인 반대론자
로 항상 그를 단골로 등장시켰다.

증권사 관계자들조차 "골드뱅크가 실적에 비해 주가는 인터넷 관련주중
가장 고평가돼 있지만 이는 김 사장의 마케팅력 때문"이라고 평한다.

김 사장은 적자를 내는 인터넷기업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TV광고를 처음
치고 나와 화제를 낳기도 했다.

로커스의 김형순(38) 사장도 포장형에 가까운 인물이다.

김 사장은 영화감독의 꿈을 품고 미국에 건너갔다가 뜻한 바 있어
벤처기업가로 되돌아온 인물.

영상을 아는 탓에 홍보자료를 만들때면 거의 완벽에 가깝다.

터보테크의 장흥순(39) 사장은 회사일만큼 대외적인 활동도 바쁘다.

보통 엔지니어 출신들이 혼자 연구하는 스타일인 반면 장 사장은 그렇지
않다.

술자리를 워낙 좋아해 동창회나 친목회 등에는 빠지는 법이 없다.

정보통신 관련 각종 세미나에도 단골 패널로 참여한다.

옷차림이나 외모도 항상 말쑥하다.

물론 이같은 대외활동이 업무와 무관할 리는 없다.

회사를 널리 알리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이밖에 인성정보의 원종윤(40) 사장이나 씨엔에스테크놀로지의 서승모(40)
사장, 에이스테크놀로지의 구관영(52) 사장도 자신들의 실력을 감추지 않고
외부에 적극적으로 알려 주위의 인정을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홍보 전략가"
로 통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