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마도 내게는 자랑할 것이 많으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걸어온 과거를 돌이켜보면 오히려 뉘우치고 통회해야할 일들이 많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가톨릭 교회를 이끌어온 김수환 추기경이 희수(77)를
맞아 지나온 삶과 신앙을 고백하는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과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김수환 글,
신치구 엮음, 사람과사람, 각권 7천8백원).

추기경이라는 직함이 풍기는 위엄 때문에 성직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충실히 살아오지 못했는지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한국 가톨릭 최고의 성직자로서 예수를 만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자기고백, 이웃사랑을 강조하면서도 스스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지
못함으로써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지 못했다는 자기반성 등이 담겨 있다.

동네 이발관을 다녀온 후 문득 사람들이 "내가 이런 좋은 집과 큰방에
사는 줄 알면 놀랄 것"이라는 우월감이 들었다는 사실, 한달 동안의 피정
(수도원 등에서 기도하는 것)으로 얼굴이 까매졌는데 이를 본 젊은 수녀가
"그렇게 까매지도록 고민할 바에야 피정은 왜 하세요?"란 비아냥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는 얘기, 형님인 김동환 신부가 사망할 당시 느꼈던 괴로움
등 인간적인 고뇌의 일면도 엿볼 수 있다.

김 추기경은 서민 출신이면서도 어느덧 "귀족"이 되어 예수님처럼 자신을
비우고 낮추지 못한 점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또 너무 빨리 출세해 그만큼 불편함과 외로움이 컸다고 고백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동경 상지대학과 가톨릭 대학을 졸업한 김 추기경은 69년
한국 최초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지난해 서울대교구장에서 물러났지만 현재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 대표, "실업극복 국민운동본부"와 "우리 민족 서로돕기 운동본부"
고문 등으로 활동하며 재직시절보다 더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 강동균 기자 kd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