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임기의 새 대통령을 뽑는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가 하비비 대통령이
후보에서 사퇴하고 집권 골카르당이 대체 후보를 내지 못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일 치러졌다.

집권당이 후보를 내지 못함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34년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됐다.

개표 초반에는 민주투쟁당(PDIP)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당수가
이슬람 지도자인 국민각성당(PKB)의 압둘라흐만 와히드 후보에게 박빙의
리드를 지켰다.

그러나 누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인도네시아 정국은 혼미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군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란토 국방장관을 정점으로 한 군은 이번 선거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안에
있는 후보를 내지 못해 선거후 불만을 표면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골카르당이 결국 대통령 후보조차 내지 못한 점 등에 불만을
품은 군부가 선거후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집권 골카르당의 내분과 군부와의 관계 등으로 사안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여당이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비비 대통령은 국민협의회(MPR)가 국정보고와 관련, 자신을 불신임하자
선거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전격적으로 후보 사퇴를 선언했다.

골카르당은 하비비 대통령의 추천으로 아크바르 탄중 골카르당 당수를
대통령 후보, 위란토 국방장관 겸 군참모총장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으나
이 안이 당 간부회의에서 거부되는 바람에 선거 직전 후보 지명을 끝내
철회했다.


<>.자카르타 시내에서는 메가와티 지지자 수백명이 도로를 점거하고
"메가와티의 승리"를 외쳤다.

지지자들은 메가와티가 당선되지 못할 경우 제2의 민주화운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공공연히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골카르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자 메가와티의 당선을 이미
기정사실화, 축제 분위기에 빠져들기도 했다.

하비비의 고향인 술라웨시에서는 약 2만명의 주민들이 하비비의 사퇴 소식을
듣고 반 메가와티 슬로건을 외쳐댔다.

한편 이날 오전 자카르타 중심가인 호텔 인도네시아 분수대 앞에서 폭탄이
터져 3명이 다쳤다고 현지 한 TV가 보도했다.

이 TV는 수 일전부터 메가와티 후보를 지지하는 학생 수 천여명이 하비비
대통령과 위란토 군총사령관의 퇴진 시위를 벌여 온 이곳에서 폭탄이
터졌으나 정확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주 하비비 대통령의 당선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던 자카르타 주식시장 및 외환시장이 19일 집권당의 후보철회로 정권교체
가 확실해지자 일제히 폭등세를 보였다.

외환시장에서 루피아화는 미국 달러 대비 8.2%나 올라 지난 8월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카르다 종합 주가지수도 이날 6.2%나 올라 3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자카르타 금융시장 관계자는 "누가 당선되든 골카르당의 재집권이 무산됐다
는 것 자체 만으로도 금융시장에서는 큰 호재"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일간지 수아카 메트로는 20일 "군부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제하의 1면 기사를 게재했다.

이 신문은 위란토 국방장관 겸 군 참모총장이 부통령 후보직 수락을 거부한
것은 군부의 정치개입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문은 위란토 장관을 지칭, "장군은 기회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는
부제의 분석 기사에서 위란토 장관이 언제라도 정치에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골카르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인도네시아 군부가 메가와티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 김선태 기자 orc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