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하면 일찍 죽는다?

최근 대한보건협회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의 내용이 신문과 방송에 크게
다뤄진 적이 있다.

논문의 핵심은 이혼남녀의 평균수명이 배우자가 있는 남자보다는 10년,
여자보다는 8년이 짧다는 것이다.

또 이 논문에서는 이같은 수명차이의 원인에 대해 "사별자나 이혼자의
경우 심리적 갈등을 해소할 기회가 적다"고 분석하고 있다.

98년 통계청 조사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이혼율도 많이 높아져 결혼한
3쌍중 한 쌍이 이혼을 한다고 하는데 많은 이혼남녀들이 이 기사를 읽고
걱정을 했을 듯 싶다.

그러나 실제로 이 논문의 결과는 잘못 해석된 것으로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 논문에서는 사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나이를 배우자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구분해서 분석했을 것이다.

따라서 이혼남녀의 평균수명이 배우자가 있는 남자보다는 10년, 여자보다는
8년이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 차이를 갖고 그 차이가 나는 원인이 이혼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해석이다.

평균수명의 차이를 다른 각도에서 한번 보자.

조사대상자(사망한 사람들)의 평균수명을 70세로 보고 이 사람들의 결혼
연령을 평균 30세로 본다면 이 사람들은 40년 전에 결혼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1950년대 후반이 된다.

그리고 이혼은 결혼 후 10년 안쪽에서 많이 이뤄지니까 이혼 시기는 대개
1960년대 중반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 시절을 한번 생각해 보자.

그 시절에는 이혼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혼하면 난리가 나는 것처럼 생각되던 시절이었고 여자가 웬만하면 인내력
을 발휘해서 참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 시절에 이혼을 했다는 것은 어떤 중대한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 중에는 배우자의 건강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인과방향이 반대일 수 있는 것이다.

이혼을 해서 일찍 사망한 것이 아니라 원래 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이혼도
했고 일찍 사망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해석이 당시의 상황을 생각할 때 더욱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 김진호 국방대학원 교수 gemkim@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