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시간 근로제 예산기금 마련 문제를 놓고 프랑스가 큰 혼란에 빠졌다.

파리 시내 곳곳에서는 35시간제 반대시위가 열리고 있다.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MEDEF(프랑스기업인운동)조차 가두 집회에
참여했다.

이 단체가 길거리에까지 나선 것은 아주 이례적인 것이다.

3년전 35시간제를 열렬히 지지했던 노조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35시간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지난해 6월.

정부는 당시 임금감소없는 근로단축은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반발하는 재계를 무마하기 위해 이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의 신규채용에 대해
사회보장세를 인하하고 파트타임 고용도 쉽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의 이 제안은 제도 도입을 촉진시켰다.

문제는 내년부터 20인이상 고용하는 전사업장에서 실시되는 35시간제
지원기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

조스팽 총리는 사회보장연금공단과 실업보험조합이 재정지원하는 안을
제시했다.

근로단축제로 고용이 촉진되면 두 단체의 수입도 늘 것이란 점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고 있다.

의료보험 적자 문제는 어떻게 하고 재정지원을 하느냐는 것이다.

또 실업보험조합은 5년전 14%에 달하는 고실업으로 재정이 고갈상태에
빠졌을 땐 모른척했던 정부가 무슨 낯으로 그런 말을 하느냐며 반박했다.

MEDEF도 발끈하고 나섰다.

실업보험기금은 기업이 부담하는데 이 돈을 35시간제 예산으로 사용한다면
결국 정부의 재정지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것이다.

노조측은 35시간제 도입은 노동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며 고용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비록 목표는 다르지만 양측 모두 35시간제 반대 진영에 서 있다.

평소 조스팽 총리 정책에 관해 별 말이 없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35시간제
재원조달 방법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야당의원들은 고비용의 근로단축제지만 실업감축에는 효과가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35시간제 효과와 관련해서는 집권 사회당내에서도 이견이 상당하다.

지난 8월에 교체된 자크 동두 통상부 장관은 공개석상에서 35시간제가
고용창출에 별 효과가 없다는 발언을 해 조스팽 총리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일자리 재분배를 통한 고용증대를 목적으로 도입된 35시간제 의미는
퇴색되고 있는 분위기다.

오히려 모두가 파이 찾아 챙기기에 정신이 없다.

이러다간 35시간제가 바벨탑이 돼 버릴지도 모르겠다.

< 파리=강혜구 특파원 hyeku@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