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손씻기를 되풀이하거나 집밖을 나설때 수십번도 넘게 자물쇠를
반복해 잠그는 사람이 있다.

강박장애로 인해 빚어지는 병적 행동이다.

이런 환자에게는 약물치료와 잘못된 행동을 환자가 깨우치고 스스로 교정
하게 하는 인지행동치료가 이뤄진다.

그러나 환자의 약 40%는 도저히 치료가 되지 않아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연세의료원 장진우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은 최근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했던 난치성 강박장애 환자 2명을 수술로 치료,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수 있도록 복귀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강박신경증은 뇌기능 가운데 전두엽 부위와 기저핵 부위의 장애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돼 왔다.

특히 전두엽과 뇌실사이에 놓여 있는 대상회 부위에서 정상보다 지나친
혈류가 일어나면 이 부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어 특정한 행동이나 생각을
반복하게 되는 것으로 확신해 왔다.

문제는 이런 뇌의 미세한 혈류변화를 어떻게 측정해서 수술여부를 판단
하느냐다.

그동안 감마카메라만을 이용해 뇌혈류변화를 측정했는데 정상부위와 비정상
부위의 경계가 모호해 구분이 힘들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 교수팀은 진단용 소프트웨어를 국내서 처음으로
개발, 난치성 강박장애 환자의 대상회 부위에서 정상인보다 혈류가 과도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영상으로 확인해 냈다.

장 교수팀은 이같이 정확한 진단법을 개발한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발병부위의 위치를 좌표화할 정도로 확인한후 뇌정위수술을 실시했다.

헤드기어 같은 수술장치를 환자 머리에 씌우고 지름 5mm 짜리 구멍을 머리
양측에 뚫은뒤 발병부위의 조직을 응고시켜 혈류량을 줄여 주는 수술이다.

국소마취로 환자와 대화하며 수술을 시행하므로 일주일만 입원하면 된다.

이런 수술법으로 환자들에게 과다한 뇌 활동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어 증상
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정기간행물을 모으던 수집벽환자는
이제 좋은 날에만 신문 잡지를 사러 나갈 정도로 증상이 완화됐다.

장진우 교수는 "새 수술법은 3~5년이상 꾸준히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를
받아도 진전이 없는 환자에게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불필요한 뇌수술이 이뤄지지 않도록 검사방법과 수술대상자
선정방법에 대한 규약을 보강하겠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강박증환자일수록 뇌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엄청나다"며 "뇌혈류
검사의 정확성이 높아졌고 수술방법도 안전해져 난치성 환자라면 안심하고
수술을 받아볼만 하다"고 강조했다.

< 정종호 기자 rumb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