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소비자는 기업활동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직적인 행동을 할 것이다.

아는 것이 많아지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인터넷이나 PC통신 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의사소통수단이
확산되면서 그런 행동이 대형화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 소비자는 기업 활동에 불만이 있을 경우 95% 이상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5%정도만이 문제제기를 했을 뿐이다.

이것도 반상회나 동창회에서 불만을 털어놓거나 해당 회사의 고객상담실에
항의 전화를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기업에 대한 험담을 일일이 사람을 만나면서 할 필요가 없다.

PC통신이나 인터넷에 올리는 것만으로 많은 동지를 구할 수 있다.

나아가 전자메일로 "폭탄"을 만들어 부도덕한 기업에 폭격을 가할 수도
있다.

지난 5월 코소보 사태 때 미국 정부는 중국대사관을 오폭했었다.

당시 신문엔 붉은 띠를 두르고 항의하는 중국인들 사진이 크게 실렸다.

얼마 후 미국 정부는 두손을 들었다.

오폭에 항의하는 전세계 사람들이 백악관 서버에 일시에 접속하는 바람에
백악관 서버가 다운된 것이다.

또 최근엔 일본 굴지의 전자회사인 도시바가 고객 한명 때문에 큰 곤란을
겪었다.

고장 난 비디오를 애프터서비스 받는 과정에서 도시바 직원들이 자신을
비양심적 사람으로 대하는 것에 분개한 고객이 그 상황을 녹음해 홈페이지에
음성파일로 올렸던 것이다.

곧 전세계 수백만명이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도시바를 규탄했고 도시바의
이미지는 실추됐다.

이런 사례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는 기업 활동에 옳지 않은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즉시 조직 행동에
옮길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그 행동 대상은 기업만이 아니라 정부나 각종 단체, 연예계까지 포함된다.

이제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는 데서 그쳐선 안된다.

소비자가 그것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적극적으로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고객 불만이 사소한 것이라고 무시할 경우 그것이 어떤 힘을 얻어 회사로
다시 돌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 cho3510@samsung.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