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구미1공장 프린터 복합기기의 PCB(인쇄회로기판) 생산라인.

안경주 주임은 잉크젯 프린터용 PCB 3백개의 제조가 끝나자 라인을 정지
시킨다.

팩스용 PCB 생산에 맞도록 라인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그는 PC에 ''감열팩스 120''이라는 모델명과 1백50개라는 숫자를 쳐 넣는다.

그러자 모터가 돌아가며 잉크젯 프린터용 PCB 라인을 감열팩스용 PCB 라인
으로 자동 조정한다.

라인은 다시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삼성전자 구미1공장은 생산품목을 바꾸기 위한 라인 조정을 컴퓨터로 자동
처리한다.

불과 몇달전만 하더라도 작업자들이 일일이 손으로 조정했으나 PC를 사용
하는 요즘은 자판으로 몇마디 단어를 입력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 덕분에 생산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

수동으로 조정할 때는 라인 조정에 18분이 걸렸다.

하루평균 15~20차례 모델교체가 이뤄지므로 6시간 정도가 허비됐다.

설비 정확성이 떨어져 제품 불량률도 높았다.

1백만개당 6천개의 불량품이 생겼다.

그러나 자동으로 바꾼 지금은 라인조정 시간이 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불량률도 1백만개당 2천개선으로 감소했고 15m이던 라인길이는 9m 정도로
단축됐다.

작업인원도 14명에서 5명으로 줄어들었다.

김한수 제조기술과장은 "독자기술로 만든 자동라인으로 연간 6억5천만원
정도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삼성은 이 라인을 "순차생산시스템"이라 이름짓고 자동조절장치 등 2건의
기술을 국내와 미국 일본 멕시코 유럽 등에 특허출원했다.

"저비용 고효율 생산시스템을 구축하라"

제조현장에 생산시스템 혁신 바람이 거세다.

삼성전자의 순차생산시스템처럼 PC로 라인을 자동 조정하는 것은 단순한
변화에 속한다.

라인 형태 자체가 바뀌고 있다.

대량생산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일(-)자형 컨베이어 벨트라인은 서서히
퇴조하고 있다.

U라인, 셀(Cell)라인, 혼류생산시스템, 병렬라인 등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요구되는 전기전자 정보통신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소비자들의 기호가 연령 지역 계층별로 달라 다양한 모델을 적당량씩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 각광받는 U라인 =서울 구로동에 있는 LG정보통신의 휴대폰 제조사업장.

매일 3~4개 생산조가 목표 달성을 축하하는 "피자파티"를 벌인다.

이처럼 자축행사가 자주 있게 된데는 올해 1월 만든 U라인이 큰 역할을
했다.

U라인은 생산 공정을 영어 알파벳의 U자 형태로 설치한 것.

각 라인마다 4~5명의 작업자가 배치돼 첫 작업자가 투입과 최종검사를
하도록 돼 있다.

중간 작업자는 2~4개 공정을 책임진다.

김흥섭(생산기술팀) 과장은 "이 라인 구축 이후 작업자들이 책임감은 물론
일의 성취도가 높아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목표달성을 할
경우 피자파티를 열어 축하해 준다"고 말했다.

LG정보통신은 U라인 구축을 통해 기존 라인보다 1인당 생산성이 80%, 생산
능력은 70% 가량 높아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생산 인원도 20% 가량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삼성전기는 "월드톱라인 만들기" 운동의 하나로 수원과 중국 톈진(천진)
공장의 VTR용 헤드드럼 생산라인을 일자형에서 U라인으로 지난 9월 바꿨다.

하루 3백62개였던 헤드드럼 생산이 라인개조후 5백21개로 43%가 증가했다.

공정품질도 22%나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다.

수주에서 인도까지 걸리던 시간은 절반 가량 줄어든 19일로 단축됐다.

LG전자도 구미에 있는 TV용 부품인 편향코일 생산에 U라인을 도입, 생산성을
1백50% 가량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 셀라인의 일반화 =IMF체제 이후 셀라인은 가장 널리 보급되고 있다.

일자형 라인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셀라인은 하나의 독립된 셀(세포) 안에서 조립과 포장 등 모든 공정을
완료하는 방식이다.

수시로 생산 제품 모델을 바꾸는게 가능하기 때문에 모델수가 많은 제품
생산에 사용된다.

삼성전자는 전자레인지(수원)공장을 비롯 냉장고(광주) 에어컨(수원) TV
(수원) 청소기(광주)공장을 이 라인으로 바꿨다.

LG전자는 구미 TV공장에, 대우전자는 TV VTR(구미) 청소기(광주) 전자레인지
(광주)공장에 도입했다.

하나의 셀에는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10명 정도의 작업자가 배치된다.

작업자 숙련도가 높아야 한다는 제한요소가 있긴 하지만 한가지 동작만
반복하는 일자형 라인보다 작업자의 만족도가 높다.

LG전자는 TV 조립라인을 셀라인으로 바꾼 결과 생산성이 50% 가까이 향상
됐다고 밝혔다.

<> 확산되는 혁신생산시스템 =삼성전자(광주)와 LG전자(창원)는 냉장고
생산에 혼류생산시스템을 써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혼류생산은 일자라인에서 여러 모델을 만드는 일종의 시간차 생산.

예컨대 A라는 모델을 생산하다 2시간후 B모델로 품목을 바꾸고 또 일정시간
뒤에는 C모델로 바꾸는 식이다.

부품의 재고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게 장점이다.

LG 냉장고 공장은 혼류생산시스템으로 생산에서부터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
되기까지 소요시간을 26일에서 7일로 줄였다.

마무리 검사가 중요시되는 제품엔 병렬라인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6~7개 일자라인중 검사 공정 부분을 한 곳으로 모은 형태의 생산라인
이다.

삼성전자의 수원 컴퓨터 생산라인과 구미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라인이
대표적이다.

병렬라인은 공정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고 인력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윤진식 기자 jsy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