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바라보는 현 경기상황은 한마디로 "위험한 질주"다.

경제지표상의 호전과는 달리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방치된 상태
라는 인식이다.

무엇보다 대우사태와 투신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의 정책기조가 "땜질"
식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근본적인 회의가 깔려 있다.

KDI 내부에는 정부가 근본적인 처방은 외면한채 "실패의 확률이 높은
일종의 도박"을 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기업과 금융기관에 잠재된 부실도 한국경제의 구조적 불안요인으로 지목
된다.

KDI는 이처럼 내실과 지표가 괴리된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필연적으로 일어날
"버블"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 대우와 투신사 문제 =10월말 대우에 대한 실사결과가 완료되는 대로
신속한 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게 KDI의 기본 입장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각 경제주체의 책임에 입각한 손실분담 원칙의 확립"
이다.

회생가능성이 있는 계열사에 대해서는 감자(자본금 줄임)를 통해 기존주주
의 책임을 묻는 한편 채권단은 사후정산 방식을 통해서라도 출자전환에 빨리
임해야 한다고 KDI는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은 물론,
해외채권단도 채무재조정과 손실분담을 받아들이도록 "형평성 관철"이 필요
하다는 지적이다.

KDI는 투신사 환매사태에 대해 투신사 신탁자산의 부실을 근본적으로 제거
하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금융시장이 일시적인 불안에 처하더라도 유동성 공급을 늘려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유동성 공급이 장기화될 경우 빠른 경기회복세와 맞물려 금리가
상승하면서 투신사 신탁자산의 부실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제한된 범위
내에서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KDI는 투신사 수익증권이 자기책임을 기본전제로 한 실적배당형 상품임에도
고수익 저축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문제해결의 근본적인 장애요인
이라고 지목했다.

따라서 투자자의 자기책임과 투신사의 경영책임, 감독당국의 감독책임을
철저히 물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 재정건전성 재건 =통계상의 재정적자 외에도 정부지급보증 채무와 각종
연.기금의 잠재적 부실을 감안하면 재정건전성이 크게 취약해졌다.

KDI는 내년 통합재정수지 기준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축소하고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올 정기국회에서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제정해할 것을 제안했다.

재정규모를 총량적으로 규제하는 이 특별법에는 <>향후 5년간 세출규모(또는
적자규모)에 대한 목표치를 제시하고 <>세제감면시 감면분에 대한 증세방안
을 마련토록 의무화하며 <>세계잉여금은 전액 국가채무를 갚는데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게 KDI의 주장다.

이와 함께 예산체계상 통합재정에 포함되지 않는 38개 기타기금을 전면
재정비해 통합재정에 포함시키고 특별회계와 각종 기금에서 발행하는 국채
규모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공시하는 등 재정통계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실업대책 =현 정부들어 펼쳐온 시혜적인 실업대책이 더이상 실업률을
끌어내리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이다.

경기변동과는 무관한 구조적 실업률이 외환위기 전보다 높아졌고 장기실업자
의 비중이 눈에 띠게 커졌다.

따라서 KDI는 향후 정책의 초점을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둬야 한다고 권고
했다.

이를 위해 공공근로사업 등과 같은 사회급부제도의 대상과 자격요건을
강화해 실업자 스스로 근로의욕을 갖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
이라는 지적이다.

< 박민하 기자 hahah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