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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임준수 스크린 에세이) '함정'..음모로 뒤바뀐 선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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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도 한때 음모론의 태풍이 분 적이 있다.

    IMF사태가 터지면서 미국의 음모론이 나돌더니 총풍 세풍이라는 신조어들이
    등장하면서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억측들이 그야말로 바람처럼 떠돌아
    다녔다.

    그런 세태인심을 반영하듯 음모론을 테마로 삼은 영화들이 심심찮게 등장
    하여 세인들의 의혹을 부추겼었다.

    일제의 흉계를 파헤친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이나 강대국의 책략을 다룬
    "유령"이 국산영화로서 드물게 많은 관객을 모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것
    같다.

    요즘 TV외화중 "X파일"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것도 음모론 증후군의 한 단면
    일지 모른다.

    음모론은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힘을 발휘하는 속성이 있다.

    사회심리학자 칼 포퍼에 의하면 이유없이 재난과 고통에 빠진 사람들은
    어떤 악의 세력이 꾸미는 음모가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 믿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현상은 지식인도 예외가 아니며 한편으론 그것이 진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함정(Arlington Road)"은 매우 시사적으로 설명해 준다.

    음모론 예화치고는 좀 극단적이지만 전개와 반전이 극적이며 거대한 조직
    앞에 무력한 개인의 괴리감을 생각케 하는 수준작이다.

    주인공 마이클은 대학에서 역사를 강의하는 중산층 지식인.

    FBI직원이었던 아내가 원인불명의 죽음을 당한 뒤 어린 아들과 살면서
    가증할 테러리즘을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불길속에 뛰어들어 죽음 직전의 어린애를 구출해 놓고도 그 애가 이웃집에
    사는 소년임을 몰랐던 자신에게 가책을 느낄 만큼 양심적인 인물이다.

    그렇듯 이웃사랑에 투철한 주인공에게 찾아 온 것은 이웃 소년의 아버지가
    파놓은 무서운 배신의 함정이었다.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는 테러음모의 하수인으로 본의 아니게 이용당한 것.

    테러학도가 테러조직에 의해 테러를 조종당하고 죽어서도 테러분자로
    낙인이 찍힌다는 이야기설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지만 선과 악이 뒤바뀌는
    세태에 대한 풍자가 자못 설득력을 갖는다.

    이 영화의 결말은 매우 실망스럽지만 진실성없는 허구라고 보기도 어렵다.

    목숨을 걸고 테러방지에 나섰다가 희생된 주인공은 잔혹한 테러분자로
    기록에 남고 그런가 하면 진짜 테러범은 끝까지 정체가 숨겨진 채 유유히
    다음 테러대상을 물색하고-.

    이런 진실과 거짓의 전도현상이 이 세상에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국정감사니 청문회니 그럴듯한 명칭을 가진 진실규명의 행사가 여러차례
    있었지만 어느 하나도 음모(?)의 실체를 속시원하게 벗기지 못한 우리 현실도
    이에 해당되는 사항일 것이다.

    이 영화는 공권력을 업은 음모세력이 정의와 대의를 무참히 짓밟았던 불행한
    과거가 있었던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것은 역사의 왜곡과도 일맥상통한다.

    좀 확대해석한다면 무고한 죄인을 수없이 만든 흉계와 술수는 영원히
    가려진채 이긴 자나 강한 자만 편들어 역사가 기록된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가 언론인 범죄학자 법관 수사관들이 눈여겨 볼 만한
    영화다.

    < 편집위원 jsr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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