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은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아도 소용없으리라. 동상은 또 세워지고 파괴될 것이다.

거대한 코와 눈이 너무 흉하게.

* 김정환(1954~) 시집 "순금의 기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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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지도자의 동상이 밧줄에 끌려 넘어지고 그 목이 분노한 뭉둥이질에
작살난다.

그리고 민중은 이제 해방되었다며 환호한다.

최근 수년 사이 눈에 익은 광경이다.

그러나 정말 민중은 해방되었을까.

아니다.

또 위대한 지도자는 출현할 것이고 민중은 그 앞에 머리를 숙여 경배할
것이다.

동상은 또 세워지고 파괴될 것이다.

이 3행의 짧은 시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는 역사를 믿을 수 있는가"라고.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