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판에서도 상대방의 속내를 들여다보기 위해 "장군이요"하고 불러보는
경우가 있다.

속뜻을 알아차리고 "멍군이요"라고 응수하면 승부호흡이 길어진다.

증시의 최대 큰 손인 외국인과 투신사의 요즘 행보가 꼭 장기를 두는
형국이다.

지난 21일엔 투신사가 장군을 불렀다.

8백억원어치가 넘는 매물을 쏟아냈다.

그랬더니 외국인이 "멍군이요"하면서 1천억원어치나 사들였다.

22일엔 투신사가 조금 사들어가 보았다.

외국인은 사는 흉내만 냈다.

양자 사이에 오간 수담에는 "주가가 더이상 떨어져선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어있다.

보유주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를 올려가면서 사고 싶은 생각도 없다.

지금은 앞장서서 내달릴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일까.

< 허정구기자 huhu@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