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싸게 보이는데 살 수가 없다".

투자신탁(운용)의 펀드매니저들은 최근 이같은 답답한 심정을 자주
토로한다.

조정기간(3개월)과 조정폭(230포인트.21.9%)은 물론 EPS(주당순이익)로
볼 때도 사고 싶은 주식이 많아지고 있는데 주식을 살 "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지속하고 있어 투신이 살 경우 주가는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은 있으나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소신파"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더 떨어지면 사겠다"든지 "다른 매니저가 사면 따라 사겠다"는 관망파만
늘어나고 있다.

펀드매니저 사이에선 "좀 높은 가격에 사는 한이 있더라도 상승추세를
확인한 뒤 매수에 나서겠다"는 얘기를 흔하게 들을 수 있다.

<> 투신(운용) 펀드매니저의 장세관= 펀드매니저들은 주가가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영석 동원BNP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지수가 800 밑으로 떨어지면
사겠다는 매니저들이 많은 대목을 볼때 800선이 강한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나 800~870선에서 형성됐던 박스권의 고점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병익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도 "지수가 850선 위로 오르면
외국인의 매수강도가 낮아지고 있어 상승에는 상당한 부담이 있다"며
"주가는 당분간 800~850선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투신(운용)의 주식매수여력= 투신(운용)은 지난 5일 종합주가지수가
800선 밑으로 떨어졌을 때 800선을 지키기 위해 주식을 사들여 매수여력이
상당히 줄어든 실정이다.

한국 대한 현대투신의 경우 약관에 정한 주식편입비율의 80%가량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어 추가로 주식을 매수하기에는 버거운 실정이다.

게다가 지난 3~4월에 설정된 주식형 수익증권중 이익이 많이 난 펀드에서는
환매가 늘어나고 있다.

투신이 지난 20~21일중에 주식을 1천억원 이상 순매도한 것도 이같은
환매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공사채형에서 주식형으로 전환된 10조원 가운데는 주식매수에 쓰여질
자금이 상당부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춘수 대한투자신탁 주식운용3팀장은 "전환주식형은 안정적인 자금이어서
주식매수에 신중을 기하고 있으나 800선 부근에서는 살만한 주식이 많아 일부
매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현대투신운용의 한 펀드매니저도 "전환 주식형에서 5~10%만 주식을 사도
5천억~1조원의 매수여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 운용전략= 800선 아래에서 주가가 많이 떨어진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선다는 것이 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의 기본원칙이다.

그나마 미국주가와 대우.투신문제의 해결추이등을 감안해 매수강도를
조절하며 매수시기를 가능한 한 늦추겠다는 생각이다.

"미국 주가가 1만포인트 밑으로 떨어질 경우 일시적으로 종합주가지수는
750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높아 800선 근처에서도 적극적으로 사기 부담스럽기
때문"(동양오리온투신 펀드매니저)이다.

다만 상장기업의 EPS나 성장성등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하락한 종목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주가가 불안한 혼조세를 나타내고 국내 주가도 불투명한데도 외국인이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다.

장동헌 한국투신 매니저는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오고
있다"며 "실적에 비해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 홍찬선 기자 hc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3일자 ).